최저임금 인상·거리 제한…편의점 신규매장 2년새 '반토막'
경기 서판교 지역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지난해 말 매장 면적을 35㎡(11평)에서 80㎡(24평)로 두 배 이상 넓혔다. 바로 옆 빈 점포를 기존 점포보다 싼 값에 임대해 가벽을 없앴다. 넓어진 공간엔 매장이 좁아 그동안 판매하기 어려웠던 채소, 과일, 즉석 튀김 매대로 꾸몄다. 아파트형 상권 특색에 맞춘 상품들이었다. 그랬더니 전체 매출은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점포 크기 확대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점포 매출 개선 프로그램 ‘클리닉 포 CU’의 컨설팅을 통해 이뤄졌다. 다른 곳에 하나 더 매장을 내는 것보다 지금 점포의 면적을 넓히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을 점주가 받아들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신규 출점 규제 등으로 점포 확장이 어려워지자 편의점 본사들이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A편의점 관계자는 “근거리 출점 규제는 기존 점포의 영업권이 더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점의 매출과 경쟁력을 높이는 게 본사와 점주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급감하는 신규 점포 수

1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개사의 올해 상반기 신규 출점(순증) 수는 1175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1개)에 비해 26.1% 줄었다. 2017년 상반기 신규 출점 수(2776개)와 비교하면 57.6%나 감소했다.

이 중 GS25는 2017년 상반기 새 점포를 1048개나 늘렸지만, 올해는 263개로 2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 1위인 CU도 2017년 상반기 942개의 신규 점포를 냈지만, 지난해 394개, 올해 360개로 신규 점포 수가 감소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2년 새 신규 점포 수가 52.7% 줄었다. 후발주자로 공격적인 출점을 지속해온 이마트24도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신규 점포 수가 감소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급증하던 편의점 출점이 위축된 건 최저임금 인상과 출점 규제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2.5% 올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 고용 부담 때문에 예비 창업자들이 점포를 내는 데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편의점협회 주도로 올해 들어 시행된 자율규약도 신규점 출점 급감의 원인이 됐다. 자율규약에 따라 서로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은 지역에 따라 50~100m 이내엔 새 점포를 낼 수 없게 됐다. 이 규약 시행으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인천 등 대도시 상권엔 더 이상 새로운 점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진지전 돌입한 편의점 업계

외형 확장에 주력해온 편의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출점 규제 등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 전략을 바꾸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에 신규점을 내기보다 기존 점포의 매출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세븐일레븐은 기존 매장과 인접한 다른 공간을 확보하거나, 편의점 내에 불필요하게 방치된 공간을 찾아내 영업면적을 넓히는 ‘광개토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평균 면적은 130㎡(40평)로 한국보다 두 배 이상 큰데 매출은 네 배나 많은 일본 세븐일레븐을 참고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초부터 광개토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 400여 개 점포의 경쟁력을 높였다. 평균 면적을 40% 이상 늘리고 더 확보된 공간에는 시식코너를 추가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면적은 두 배 늘었는데 매출은 2.5~3배 증가한 점포들이 나오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5년 단위 계약이 끝나는 편의점을 끌어들이는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주요 상권에서 월 200만~25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알짜점포’와 재계약하기 위해 편의점 본사는 점주에게 1억원 이상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편의점 업계에선 올 하반기에만 1000개 안팎의 기존 편의점 재계약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편의점 한 곳이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면 전체 점포 수에선 두 개 차이가 발생한다. 또 새 점포에 본사가 투자해야 하는 시설 비용도 6000만원대에 달해 본사로선 1억원의 일시금을 주고라도 기존 점포를 잡아두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