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한국 산업이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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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분업으로 커온 韓 산업
국가·민족 대결로는 절대 불리
개인·기업 분발할 수 있게 해야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국가·민족 대결로는 절대 불리
개인·기업 분발할 수 있게 해야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안현실 칼럼] 한국 산업이 사는 길](https://img.hankyung.com/photo/201907/07.14213002.1.jpg)
딱 100년 전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1919년) 강연을 통해 정치 영역에서 치명적인 죄악으로 ‘객관성 결여’와 ‘무책임성’을 지목했다.
복잡계 경영학자들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 경계해야 할 경영 리스크로 세 가지를 꼽는다. 선제 대응 실패에 따른 ‘단절 리스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도태 리스크’, 신뢰와 상호주의 상실로 인한 ‘왕따 리스크’가 그것이다. 국가 경영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기업들은 그런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느냐”는 산업 주무부처 관료, “예상했던 대로 아픈 곳을 찔렀다”는 청와대 참모,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대통령 등 사전 대응 실패에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산업에도 들어맞는다. 우리 혼자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중국의 개혁개방 시대 ‘도광양회(韜光養晦)’ 같은 전략은 기본이다.
여기에 외부 견제나 공격을 부르지 않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국제적·외교적 겸손함’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지금의 주력산업이 어떻게 성장해온 것인지 잊고 있다.
한국 산업은 ‘글로벌 분업’으로 발전해왔다. 미·중 충돌을 우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 한·일 갈등까지 야기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말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분업구조는 그게 가장 효율적이고 글로벌 경쟁력에 유리하기 때문에 형성된 측면도 있다. 경쟁력 아닌 국산화 잣대만을 고집하다, 그것도 100% 국산화를 외치다 고립을 자초해 산업을 망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한국·일본·중국이 위치한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지정학적 위험성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진화에 가장 유리한 환경이기도 하다. 늘 깨어있고 전략만 제대로 세운다면 말이다. ‘민족주의 대 민족주의’ ‘국가주의 대 국가주의’ ‘정부 대 정부’로 맞붙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가? 오히려 개방과 협력을 추구하면서 개인과 기업이 더욱 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산업을 키우기는 어려워도 망치는 것은 한순간이다.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