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유승준 판결 논란 … '비자발급 거부 위법= F-4비자 발급' 뜻 아니다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사진) 씨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비자발급이 당장 허용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11일 대법원은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하지만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의미는 비자발급거부의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뜻이지 이 판결로 유씨에게 바로 F-4비자가 발급된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은 병역을 기피한 유 씨에 대한 입국금지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씨가)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면서도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총영사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으므로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유씨는 2015년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을 통해 소송을 냈다. 잇따라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유씨 측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한국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역 기피' 유승준 판결 논란 … '비자발급 거부 위법= F-4비자 발급' 뜻 아니다
이런 판결과 유씨 측 반응에 국민들은 "군대 가면 손해보는 이런 현실이 법이냐",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사기범 아닌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비자발급을 거부할 수 없으면 입국을 막을 방법이 없으며 F-4비자 발급 받아 국내서 경제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군필자들만 호구가 됐다"며 자조섞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비자발급만 허용이 가능할 뿐 입국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자 발급 가능 요건과 입국 가능 요건은 그 기준이 다르다. 비자 발급 받았다고 무조건 입국이 되는건 아니다"라는 반박도 이어졌다.

F-4자격자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본인이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적이 있고 현재 외국인 자이거나 둘째, 부모 또는 조부모 중의 한명이 과거 대한민국적을 보유한 적이 있었고, 그 후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F-4비자 소지자는 취업활동의 범위가 단순 노무직을 제외한 사무직, 관리직, 기술직, 전문직 등 가수를 포함한 경제활동 모두 가능하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파기 환송심에서 유승준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LA총영사관에서는 법무부에 유승준씨 비자발급의 타당성을 묻고 이에 대해 비자발급여부의 최종판단을 법무부가 하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의 의미는 비자발급거부의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뜻일 뿐이라는 것이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2002년 입국금지조치가 행정법상의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력과 불가쟁력이 없어 그것을 이유로 LA총영사관에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다"라며 "비자발급은 재량권이 있는 행위인데 전혀 재량권 행사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 파기환송판결의 의미가 유승준씨에게 F-4비자가 발급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고 적법하고 의법한 절차를 진행하라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씨는 과거 국내에서 인기 가수로 활동하던 2002년 1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병역 기피 비난 여론이 일자 법무부는 2002년 2월 2일 외국인이 돼 돌아온 유씨의 입국을 거부해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유승준은 “유감스럽다”며 공항에서 발길을 돌렸고 이후 17년 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하리라는 것을 모른체 출국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