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본 수출규제 '불화수소', 한국에 공급 제안"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이 최근 수출규제의 배경으로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의혹을 거듭 제기한 것과 관련,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가 한국 측에 불화수소(에칭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는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기업은 골머리를 앓아왔다. 러시아의 공급 제안이 성사되면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규제하더라도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재가 생기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측이 외교라인을 통해 불화수소 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는 자신들의 불화수소가 경쟁력 면에서 일본산과 동등하거나 혹은 더 우위에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기업 간담회에서 독일·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도 언급됐다는 점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은) 특정 국가의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특히 화학 분야에서는 강점이 있는 러시아, 독일과의 협력 확대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러시아가 불화수소를 제공하려 한다'는 명확한 언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 및 이에 따른 소재 공급선 다변화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러시아산 불화수소가 들어올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알지만, 만일 러시아산 공급이 현실화하고 일본이 실제로 수출을 끊는다면 국내 업체들도 공급선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급선 변경이 생각만큼 쉽게 이뤄지지는 않으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급선이 바뀔 경우, 불화수소에 대한 시험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빠르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불화수소 공급선을 한 번 정할 경우, 장기간 그 공급선을 유지하는 점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업계 일각에선 러시아가 공급한 불화수소가 일본산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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