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 '친환경 변신'…커피점토·벽돌로 매출 10억 넘본다
커피찌꺼기(커피박)를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작년 매출 5억원을 넘겼으며 올해 예상 매출은 10억원에 이른다. 커피박으로 제습, 탈취 기능이 있는 각종 공예품과 점토, 벽돌 등을 생산하고 있는 커피큐브가 주인공이다.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늘어난 애물단지 커피박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커피박에 주목해 10년 이상 연구해온 임병걸 대표(42)의 뚝심이 이뤄낸 성과다.

연간 13만t 쏟아지는 커피박

전국 약 8만 개 커피전문점에서 배출되는 커피박은 연간 13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후지제록스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임 대표가 커피박에 주목한 것은 2008년이다. 우연히 커피전문점 한쪽에 쌓인 커피박을 보고 이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외국 문헌을 찾아보니 제습, 탈취, 방향, 각질 제거 등 커피박의 여러 가지 효능이 자세히 소개돼 있었다. 임 대표는 커피박에 대한 외국 글을 번역해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도전 과제는 커피박을 고형화하는 일이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젤라틴, 밀가루 등 고형화되는 40여 가지 식품을 활용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커피박과 이 식품을 합성해 고형화의 최적 조합을 찾은 것이다. 임 대표는 커피박 분말을 시작으로, 점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차량용 방향제, 땅속에 묻으면 거름이 되면서 사라지는 화분, 부엉이 모양의 장식도구, 커피박 파벽돌 등 60여 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커피박으로 만든 부엉이 공예품.
커피박으로 만든 부엉이 공예품.
아홉 번 이사 끝에 1060㎡ 공장 마련

커피박 연구를 소일거리로 생각하던 그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2010년 강릉 커피축제였다. 이 행사에 참가해 사람들에게 커피박 점토를 나눠줬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2013년 회사를 그만둔 임 대표는 2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집 거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반지하 사무실을 거쳐 아홉 번 이사한 끝에 올해 경기 김포에 1060㎡의 커피큐브 공장을 마련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커피박 연구를 시작해 자동화·대형화된 커피박 제품 생산체제를 갖추는 데 12년의 세월이 걸렸다. 최근엔 커피클레이라는 이름으로 커피박 수거 플랫폼을 마련했다. 30여 개 카페에서 이 플랫폼을 통해 커피박을 커피큐브로 보낸다. 이렇게 수거한 커피박은 커피점토, 커피공예품, 커피파벽돌 등으로 제작해 다시 카페로 전달한다.

세계로 뻗어가는 커피큐브

커피큐브는 커피박 고형화와 관련한 국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녹차, 오렌지, 음식쓰레기 전반에 걸친 고형화 관련 특허도 갖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특허 취득에 성공했다. 일본 중국 독일 등이 다음 타깃이다. 특허를 취득한 뒤 수출을 통해 판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커피박으로 제작한 파벽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기 군포에 있는 카페 두목커피연구소는 커피큐브가 제조한 커피박 벽돌 820장을 활용해 카페 한쪽 벽면을 채웠다. 호주의 한 회사는 2200장의 커피박 벽돌을 수입할 계획이다. 작년 매출 5억원을 기록한 커피큐브는 올해 10억6000만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약 5억원의 추가 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커피박은 버려두면 아무 쓸모 없는 골칫거리에 불과하지만 잘 활용하면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바꿔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포=FARM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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