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수십억원대 규모의 통상임금 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2015년 이전 재직자에게만 지급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재직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어떻게 ‘교통정리’를 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박성인)는 12일 이모씨 등 금감원 직원 1832명이 금감원을 상대로 “2013~2016년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의 쟁점은 격월로 1년에 여섯 차례, 기본급의 600%를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2015년 이후 분에 한해서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그 이전 분은 정기상여에 ‘상여 지급 당일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통상임금 요건 중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연봉제 직원의 자격수당과 선택적 복지비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아울러 2015년 이후 지급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재직조건부 상여금에 대해선 하급심마다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은 재직 요건이 붙은 상여 역시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고정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당초 금감원은 소송 패소로 추가 지급해야 할 수당 등을 고려해 충당금 300억원 이상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금액이 큰 정기상여금 일부가 통상임금에서 빠지면서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추가 지급될 금액은 충당금 규모보다 훨씬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