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은 통상 법정유급휴일인 일요일에 주휴수당을 준다. 근로자가 주 40시간씩 월평균 174시간 일하지만 실제론 209시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주는 구조다. 문제는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0.9%·시간당 8350원) 및 시행령 개정(법정유급휴일도 근로시간으로 계산)이 맞물리면서 불거졌다.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마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최저임금을 따지는 기준시간이 월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시급이 확 줄어든 탓이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8590원으로 2.9% 오르게 돼 최저임금 미달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본지 6월 25일자 A1, 4면 참조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다. 연봉이 7000만원가량인 이 회사 직원의 월 기본급은 160만원(법정주휴수당 포함) 정도다. 기준시간이 월 174시간(시행령 적용 전)이었을 때 시급은 9195원이었지만 월 209시간으로 바뀌면서 시급이 8133원으로 뚝 떨어졌다. 최저임금법 기준에 미달한 직원이 7200여 명에 달한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200만원(2018년 기준), 신입사원 연봉은 5200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봉이 8000만원 안팎인 직원이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두 달에 한 번 주는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고치기로 했다. 그동안 매년 기본급의 750% 정도에 달하는 상여금 일부(600%)를 두 달에 한 번 나눠줬는데, 이를 12개월로 분할해 월급처럼 줄 방침이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기본급보다 많은 ‘기형적 임금 구조’를 깨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에 이 같은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안도 제출했다.

이 회사 노동조합은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현대차는 단협 위반 논란으로 과태료를 물더라도 취업규칙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일부 낮은 연차의 직원 임금이 최저임금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취업규칙 변경(상여금 매달 지급)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 반발에 막혀 있다. 대우조선 노사는 작년 말 최저시급 기준 미달자 대상 수당 지급 등의 방안을 마련했지만 노사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