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차등' 끝내 무산…음식숙박업, 사업주 절반이 범법자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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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속도조절 했다지만 '3년간 33% 인상'
경영계 바람 현실화될지 불투명
경영계 바람 현실화될지 불투명
2020년 적용될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으로 정해졌다. 인상률은 2.9%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2.7%,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8%를 기록한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서 제기한 ‘속도조절’이 현실화됐다.
정부, 대선 공약 포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을 이행한다며 현 정부가 출범 후 2년간 최저임금을 30%가량 급격히 올리면서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 완충을 위해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으로 2년간 6조원 가까이 쏟아붓고 신용카드 수수료 강제 인하 등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자영업자와 영세소상공인은 경영난에 시달렸다. 저임금 근로자는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인건비 부담 여파로 각종 생활물가도 뛰었다.
경영계가 이번 협상 과정에서 현행 8350원에서 4.2% 낮은 8000원을 1차 요구안으로 제시했던 이유다. 사용자단체가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마이너스 인상안을 제출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노동계는 2015년 이후 5년째 변함없이 1만원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12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 수정제시안 6.3%(8880원)와 경영계 수정안 2.9%(8590원)를 놓고 최종 표결에 부쳤다. 경영계 안에 공익위원 다수가 손을 들어줘 2.9%로 의결되자 정부의 ‘속도조절’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나왔다. 뒤늦게 속도조절 나섰지만…
정부가 뒤늦게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상액 240원 자체는 결코 낮지 않은 액수다. 금융위기(2010년) 때 2.8% 올랐지만 인상액은 110원이었다. 비슷한 인상률이지만 내년 인상액은 그 두 배를 넘는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전의 최저임금이 야구공이라면 지금은 농구공이다. 농구공의 1~2%가 야구공의 7~8%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시급 8590원은 월기준근로 209시간((8시간×5일+주휴시간 8시간)×월평균 주수 4.35)을 곱하면 월급액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연봉으로 단순계산해 보면 2155만원가량이다. 하지만 연차수당에다 사회보험료, 복리후생비를 감안하면 사업주 부담은 훨씬 늘어난다. 야간근로가 빈번한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은 근로자 1인당 최저임금이 연간 3000만원이 넘어야 법 위반을 겨우 면하게 된다. 영세사업주로선 한계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저임금이 다락같이 오른 마당에 또 올리면 ‘독약’이라는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끝내 무산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근로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5.5%로 추정됐다. 음식숙박업은 43.1%에 이른다.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의 사업주는 내년 절반 이상이 범법자가 될 판이다. 소상공인단체 등 경영계가 ‘업종별 구분적용’을 요구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최임위는 기초 통계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구분적용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계가 집단퇴장 등 강력 반발하자 최임위는 ‘제도개선전문위원회’ 카드를 급조했다. 올 하반기 최임위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설치해 내년에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고 얼버무린 것이다. 하지만 경영계의 절박한 바람이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약속 주체인 최임위의 운명조차 불확실해서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현행 최임위를 폐지하고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에도 업종별 구분적용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사 양측의 극심한 대립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정부, 대선 공약 포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을 이행한다며 현 정부가 출범 후 2년간 최저임금을 30%가량 급격히 올리면서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 완충을 위해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으로 2년간 6조원 가까이 쏟아붓고 신용카드 수수료 강제 인하 등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자영업자와 영세소상공인은 경영난에 시달렸다. 저임금 근로자는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인건비 부담 여파로 각종 생활물가도 뛰었다.
경영계가 이번 협상 과정에서 현행 8350원에서 4.2% 낮은 8000원을 1차 요구안으로 제시했던 이유다. 사용자단체가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마이너스 인상안을 제출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노동계는 2015년 이후 5년째 변함없이 1만원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12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 수정제시안 6.3%(8880원)와 경영계 수정안 2.9%(8590원)를 놓고 최종 표결에 부쳤다. 경영계 안에 공익위원 다수가 손을 들어줘 2.9%로 의결되자 정부의 ‘속도조절’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나왔다. 뒤늦게 속도조절 나섰지만…
정부가 뒤늦게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상액 240원 자체는 결코 낮지 않은 액수다. 금융위기(2010년) 때 2.8% 올랐지만 인상액은 110원이었다. 비슷한 인상률이지만 내년 인상액은 그 두 배를 넘는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전의 최저임금이 야구공이라면 지금은 농구공이다. 농구공의 1~2%가 야구공의 7~8%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시급 8590원은 월기준근로 209시간((8시간×5일+주휴시간 8시간)×월평균 주수 4.35)을 곱하면 월급액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연봉으로 단순계산해 보면 2155만원가량이다. 하지만 연차수당에다 사회보험료, 복리후생비를 감안하면 사업주 부담은 훨씬 늘어난다. 야간근로가 빈번한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은 근로자 1인당 최저임금이 연간 3000만원이 넘어야 법 위반을 겨우 면하게 된다. 영세사업주로선 한계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저임금이 다락같이 오른 마당에 또 올리면 ‘독약’이라는 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끝내 무산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근로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5.5%로 추정됐다. 음식숙박업은 43.1%에 이른다.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의 사업주는 내년 절반 이상이 범법자가 될 판이다. 소상공인단체 등 경영계가 ‘업종별 구분적용’을 요구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최임위는 기초 통계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구분적용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계가 집단퇴장 등 강력 반발하자 최임위는 ‘제도개선전문위원회’ 카드를 급조했다. 올 하반기 최임위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설치해 내년에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고 얼버무린 것이다. 하지만 경영계의 절박한 바람이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약속 주체인 최임위의 운명조차 불확실해서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현행 최임위를 폐지하고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에도 업종별 구분적용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사 양측의 극심한 대립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