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 처리 부탁합니다” >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지난 4월 25일 국회에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제출된 뒤 이날 처음 열렸다.  /연합뉴스
< “추경 처리 부탁합니다” >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지난 4월 25일 국회에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제출된 뒤 이날 처음 열렸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간 여야가 증감액 규모를 두고 부딪쳤다. 더불어민주당은 6조7000억원의 추경안에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예산인 3000억원을 추가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땜질 처방’이라며 대폭 삭감을 주장했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오는 19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북한 목선 입항사건 국정조사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본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3000억원 증액해야” vs “절반 삭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대한 종합 정책 질의를 했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79일 만이다. 회의에선 조속한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민주당과 ‘퍼주기 사업’은 철저히 삭감하겠다는 한국당의 입장이 맞섰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성실하게 심의·의결해 필요한 지역과 산업에 제대로 재정을 공급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은 “미·중 무역분쟁에다 일본 수출규제까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선심성 예산을 삭감하겠다며 ‘짠물 심사’를 예고했다. 정부가 제출한 6조7000억원 추경 중 재해예산 2조2000억원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추경의 절반에 달하는 3조6000억원가량의 국채 발행 조달분에 대해선 철저히 따져 모두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명재 한국당 의원은 “자연재해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이라는데 포항 지진 관련 예산은 133억원에 불과하다”며 “‘국화 없는 국화빵’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도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 추경”이라며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땜질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日 수출규제 대응 예산 놓고도 충돌

이날 회의에선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일본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추경에 포함할 예산을 각 부처에서 취합한 결과 1214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각 부처로부터 1차 요청을 받아 지난주 빠르게 검토한 액수가 1200억원”이라며 “(최종 협의를 마치면) 금액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6조원 규모의 부품·소재산업 지원 계획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추가 증액분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반도체 부품·장비 국산화를 올 1월부터 준비 중이었다는데 왜 4월에 제출한 추경안에 이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느냐”며 “정부가 정치권의 요구를 덕지덕지 발라 추경을 편성하고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자고 일어나면 뚝딱하고 내놓는 식이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차 추경에 이어 부족하면 2차 추경까지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빠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기업 재정 지원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으면 2차 추경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경기 화성에서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어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기업에 연 1조원 규모의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본회의 일정 두고도 이견

예결위는 19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본회의 개의 일정도 못 잡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은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18, 19일 양일간 열자고 고집하더니,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건의안 얘기가 나오니 협의하지 않고 줄행랑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추경안만 통과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말해 놓고 정작 국회를 열었더니 추경안 처리 의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민주당이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고 진행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어선 대기 귀순 사건과 관련해 정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해임 건의안을 표결하려면 본회의를 두 번 열어야 하는데 이를 둘러싸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장관 해임 건의안과 북한 목선 국정조사를 받기 어려운데 야당이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다”며 “야당이 남 탓을 하면서 이기적인 입장만 고수하면 우리도 물러서긴 힘들다”고 말했다.

고은이/김우섭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