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뜻 중재 입장 내놓을 상황 아냐…모종의 역할 없을 순 없을 것"
'방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美, 우리측 문제의식 완벽 공감"
미국을 방문 중인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 조정관은 12일(현지시간)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 등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 심화와 관련, "미국 측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완벽한 공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측이 중재에 대해 선뜻 입장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윤 조정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 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및 앨리슨 후커 한반도 보좌관 등과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 측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절제 있는 대응을 하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평가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조정관은 워싱턴DC 도착 첫날인 전날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과 면담했으며 이날도 NSC 외에 국무부 당국자들과 추가 만남을 가졌다.

그는 13일 출국한다.

윤 조정관은 "일본으로 인해 비롯된 최근의 상황이 한미일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무한테도 도움이 안 되며, 상황을 관리해서 악화시키지 말아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일본 측 주장과 관련, "독립적 조사도 할 용의가 있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자세히 전달했다"면서 "충분한 외교적 채널을 통해 양국 정부 간에 긴밀한 대화를 통해 푸는 게 합리적 해결책이라고 설명했고, 미국 측도 충분히 공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공조가 깨지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건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 측의) 주요 메시지"라며 "미국 측이 본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팩트 파인딩' 차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질문들을 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방문에 나선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행보와 관련, "미국 측에서 3 자간 협의 등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담당할 적임자"라며 "향후 움직임에 대해 저희가 관심을 갖고 계속 협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의 중재 하에 3자가 모일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걸 예단하면 안 되니 그건 두고 보시죠"라고 했다.

윤 조정관은 다만 미국 측 인사들이 중재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면서 "중재라는 것이 한일 양국 간에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미국이 선뜻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닌 만큼, 그에 대해 구체적인 미국 측 입장을 내놓을 계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아직은 원론적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한 미국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분명히 3국 간에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일간에 이런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미국의 역할이 없을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 언급은 자제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우선 합의를 하는 것이 항상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미국의 역할론이) 왜 없겠느냐"며 "셋이서 공조를 해야 하는데 둘이 문제가 있다면 하나가 어떻게 끝까지 손 털고 집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