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기행] 산야초 캐다 차린 밥집, 단양 '수리수리봉봉'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연을 벗 삼아 살겠다며 귀촌한 부부가 있었다.
몸에 좋다는 약초를 캐며 산과 들을 헤매던 부부는 애초 계획에 없던 식당을 열었다.
산야초를 주재료로 쓰는 작은 식당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느새 식당은 지역의 '농가 맛집'이 됐다.
충북 단양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사인암 인근에 기암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식당이 하나 있다.
'수리수리봉봉'이라는 다소 튀는 이름의 이 식당은 산야초를 주메뉴로 하는 밥집이다.
인천에 살던 김춘남 대표가 2003년 건강이 나빠진 남편과 함께 내려와 월악산과 소백산에서 산나물을 캐며 생활하다가 2009년에 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장아찌를 담갔는데 주변에서 이를 한번 맛본 사람들의 '식당을 내라'는 권유가 개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직한 재료를 쓴 요리들은 금세 소문이 났고 그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단양지역 농가 맛집'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 부부는 작은 밥집으로는 몰려드는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되자 2013년 사인암 인근에 빚을 지고 용지를 매입, 지금의 식당 건물을 올렸다.
판단은 옳았다.
김 대표의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맛과 함께 주변의 멋진 풍경까지 덤으로 선물 받았다.
손님이 급증하자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까지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에 합류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씩씩한 젊은이가 웃으며 손님을 맞는다.
바로 그 귀촌한 아들이다.
식당 내부는 널찍했고, 탁 트인 창문으로는 속칭 '제2 사인암'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식 이름은 아니지만, 식당 앞에 있는 이 기암절벽을 지역 주민들은 근처에 있는 사인암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경치를 감상하고 싶은 욕심에 야외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표 메뉴인 오리정식을 주문했다.
처음 나온 반찬들은 주변의 수리봉과 신선봉에서 자란 산야초들을 활용한 장아찌다.
다래 순과 오가피, 돼지감자 등 이 지역에서 난 재료로 담근 장아찌들이 미각을 자극했다.
이어 산야초로 속을 채운 만두와 능이 부침개가 나왔다.
얇은 만두피 안에는 다양한 제철 산야초가 들어 있다.
특히 능이 전은 특유의 구수함이 맛깔스러웠다.
함께 서빙된 스테이크도 쌉쌀한 산야초의 맛이 혀를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오리 한방백숙은 구수하고 무엇보다 국물이 깔끔했다.
느끼한 맛이 나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깔끔한지 물었더니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육수에 산야초가 많이 들어갔다"고 귀띔한다.
칡뿌리와 민들레, 오가피, 엄나무, 마늘, 인삼, 대추 등의 재료들이 들어가 있다.
역시 계절에 따라 산야초 종류도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죽이 제공된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산야초다.
김 대표가 직접 채취하거나 반드시 지역 마을 주민들로부터 사들인다.
주민들로부터 재료를 구입할 때는 시중 소매점 가격을 지불한다.
주민들에게도 그만큼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닭도 마찬가지다.
소백산 기슭의 농장에서 자라는 양계 농가에서 직접 받는다.
사실, 손님들이 식당에서 어떤 재료를 썼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김 대표는 요리 재료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해 준다.
손님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가치를 지니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토종닭 정식과 오리정식이 각각 7만원이며, 산채 정식은 5만원이다.
전과 스테이크, 만두를 추가하면 각각 1만원을 내면 된다.
4인 기준이라 여럿이 가면 좋고, 가격 부담도 없다.
인근 관광자원으로는 단양팔경과 사인암, 방곡 도예촌, 황정산 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몸에 좋다는 약초를 캐며 산과 들을 헤매던 부부는 애초 계획에 없던 식당을 열었다.
산야초를 주재료로 쓰는 작은 식당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느새 식당은 지역의 '농가 맛집'이 됐다.
충북 단양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사인암 인근에 기암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식당이 하나 있다.
'수리수리봉봉'이라는 다소 튀는 이름의 이 식당은 산야초를 주메뉴로 하는 밥집이다.
인천에 살던 김춘남 대표가 2003년 건강이 나빠진 남편과 함께 내려와 월악산과 소백산에서 산나물을 캐며 생활하다가 2009년에 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장아찌를 담갔는데 주변에서 이를 한번 맛본 사람들의 '식당을 내라'는 권유가 개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직한 재료를 쓴 요리들은 금세 소문이 났고 그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단양지역 농가 맛집'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 부부는 작은 밥집으로는 몰려드는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되자 2013년 사인암 인근에 빚을 지고 용지를 매입, 지금의 식당 건물을 올렸다.
판단은 옳았다.
김 대표의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맛과 함께 주변의 멋진 풍경까지 덤으로 선물 받았다.
손님이 급증하자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까지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에 합류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씩씩한 젊은이가 웃으며 손님을 맞는다.
바로 그 귀촌한 아들이다.
식당 내부는 널찍했고, 탁 트인 창문으로는 속칭 '제2 사인암'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식 이름은 아니지만, 식당 앞에 있는 이 기암절벽을 지역 주민들은 근처에 있는 사인암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경치를 감상하고 싶은 욕심에 야외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표 메뉴인 오리정식을 주문했다.
처음 나온 반찬들은 주변의 수리봉과 신선봉에서 자란 산야초들을 활용한 장아찌다.
다래 순과 오가피, 돼지감자 등 이 지역에서 난 재료로 담근 장아찌들이 미각을 자극했다.
이어 산야초로 속을 채운 만두와 능이 부침개가 나왔다.
얇은 만두피 안에는 다양한 제철 산야초가 들어 있다.
특히 능이 전은 특유의 구수함이 맛깔스러웠다.
함께 서빙된 스테이크도 쌉쌀한 산야초의 맛이 혀를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오리 한방백숙은 구수하고 무엇보다 국물이 깔끔했다.
느끼한 맛이 나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깔끔한지 물었더니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육수에 산야초가 많이 들어갔다"고 귀띔한다.
칡뿌리와 민들레, 오가피, 엄나무, 마늘, 인삼, 대추 등의 재료들이 들어가 있다.
역시 계절에 따라 산야초 종류도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죽이 제공된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산야초다.
김 대표가 직접 채취하거나 반드시 지역 마을 주민들로부터 사들인다.
주민들로부터 재료를 구입할 때는 시중 소매점 가격을 지불한다.
주민들에게도 그만큼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닭도 마찬가지다.
소백산 기슭의 농장에서 자라는 양계 농가에서 직접 받는다.
사실, 손님들이 식당에서 어떤 재료를 썼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김 대표는 요리 재료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해 준다.
손님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가치를 지니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토종닭 정식과 오리정식이 각각 7만원이며, 산채 정식은 5만원이다.
전과 스테이크, 만두를 추가하면 각각 1만원을 내면 된다.
4인 기준이라 여럿이 가면 좋고, 가격 부담도 없다.
인근 관광자원으로는 단양팔경과 사인암, 방곡 도예촌, 황정산 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