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트럼프 게임 방식'으로 풀어보는 日 경제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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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재건 외치며 中 압박
아베도 한국 반도체산업 견제
언론 플레이로 선거 승리 노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아베도 한국 반도체산업 견제
언론 플레이로 선거 승리 노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두 나라의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본 침략’이라는 역사적인 반일 감정과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까지 결부돼 양국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임 방식을 한국 경제보복 과정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의 협상 전략가다. 성공한 욕심 많은 기업인 출신답게 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보다 참가자별로 이해득실이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식 제로섬 게임’을 즐긴다. 이 때문에 모든 게임에서 자신의 이익이 관철될 것인지 여부를 중시한다.
아베 총리는 전형적인 금수저 출신 3세대 정치인이다.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은 ‘우경화 성향’이 강한 정치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치에서 잔뼈가 굵고 국수주의 성향이 짙은 정치인일수록 지는 게임을 싫어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아베 총리는 ‘정치가(statesman)’가 아니라 ‘정치꾼(politician)’으로 분류된다. 전자는 ‘다음 세대’와 ‘국민’을 생각하는 데 반해 후자는 ‘다음 선거’와 ‘자신의 자리’에만 연연하는 정치인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치를 대선에 주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베 총리도 21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 등 다음 선거에 집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통상정책의 최종 목표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국제 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대외정책 기조다.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대외통상정책에서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네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미국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부담과 책임만 지우는 국제 규범과 협상이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의사, 파리 신기후 협상 불참 통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통상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종전과 다른 점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합법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환율보고서 등 자국법에 근거한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호혜세를 부과한다든지,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슈퍼 301조까지 꺼내 든다.
셋째, 통상정책을 다른 목적과 결부시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해 통상을 안보와 연계한다든지, 대북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한국에 집중적으로 통상압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등 해당 국가가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쉽게 대처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넷째, 국가별로는 무역적자 확대 여부에 따라 이원적 전략(two track)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 확대국에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적용한 게임 방식을 한국의 경제보복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확대’가 한국에 대한 ‘보복 대상 확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안보와 연계해 불화가스 북한 밀반출을 주장해 국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도 미·중 간 무역마찰 과정과 비슷하다.
미국의 화웨이 등 첨단기술 견제와 같이 아베 총리도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에 빼앗긴 반도체 위상을 되찾겠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 투자한 엔화 자금 회수 움직임과 언론 플레이에 신경 써 참의원 등 다음 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하는 방식과 똑같다.
지난 2년 동안 숨 가쁘게 전개돼 온 미·중 무역마찰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국의 합의사항 이행과 막 오른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책도 이 같은 각도에서 내다보고 짜야 한다. 조급증에 모든 패()를 한꺼번에 내놓는 장기전은 패배로 직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의 협상 전략가다. 성공한 욕심 많은 기업인 출신답게 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보다 참가자별로 이해득실이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식 제로섬 게임’을 즐긴다. 이 때문에 모든 게임에서 자신의 이익이 관철될 것인지 여부를 중시한다.
아베 총리는 전형적인 금수저 출신 3세대 정치인이다.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은 ‘우경화 성향’이 강한 정치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치에서 잔뼈가 굵고 국수주의 성향이 짙은 정치인일수록 지는 게임을 싫어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아베 총리는 ‘정치가(statesman)’가 아니라 ‘정치꾼(politician)’으로 분류된다. 전자는 ‘다음 세대’와 ‘국민’을 생각하는 데 반해 후자는 ‘다음 선거’와 ‘자신의 자리’에만 연연하는 정치인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치를 대선에 주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베 총리도 21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 등 다음 선거에 집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통상정책의 최종 목표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국제 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대외정책 기조다.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대외통상정책에서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네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미국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부담과 책임만 지우는 국제 규범과 협상이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의사, 파리 신기후 협상 불참 통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통상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종전과 다른 점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합법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환율보고서 등 자국법에 근거한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호혜세를 부과한다든지,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슈퍼 301조까지 꺼내 든다.
셋째, 통상정책을 다른 목적과 결부시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해 통상을 안보와 연계한다든지, 대북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한국에 집중적으로 통상압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등 해당 국가가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쉽게 대처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넷째, 국가별로는 무역적자 확대 여부에 따라 이원적 전략(two track)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 확대국에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적용한 게임 방식을 한국의 경제보복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확대’가 한국에 대한 ‘보복 대상 확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안보와 연계해 불화가스 북한 밀반출을 주장해 국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도 미·중 간 무역마찰 과정과 비슷하다.
미국의 화웨이 등 첨단기술 견제와 같이 아베 총리도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에 빼앗긴 반도체 위상을 되찾겠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 투자한 엔화 자금 회수 움직임과 언론 플레이에 신경 써 참의원 등 다음 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하는 방식과 똑같다.
지난 2년 동안 숨 가쁘게 전개돼 온 미·중 무역마찰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국의 합의사항 이행과 막 오른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책도 이 같은 각도에서 내다보고 짜야 한다. 조급증에 모든 패()를 한꺼번에 내놓는 장기전은 패배로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