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에서 시작된 홍콩 시민 시위가 중국 보따리상 무역을 반대하는 시위로 번졌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광둥성 선전시와 가까운 홍콩 셩수이 일대에선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몰려 ‘셩수이를 되찾자’는 행진을 벌였다.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시작된 이날 행진에는 주최 측 주장 3만 명, 경찰 추산 4000명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보따리상 무역과 관련된 상점을 지나면서 문을 닫으라고 소리쳤다. 중국 보따리상은 홍콩에서 산 면세품을 중국 본토에 되파는 등의 방식으로 이득을 얻고 있다. 보따리상으로 인해 홍콩 상점의 임대료가 뛰고 공공 위생이 나빠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게 시위대 주장이다.

시위대는 홍콩 당국이 보따리상 탈세에도 눈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전 주민에게 발급되는 한 달짜리 홍콩 비자 폐지와 재판매업자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여섯 가지 조건을 당국에 요구했다.

시위대의 행진 경로에 있는 40여 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으며 당국은 경찰 150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폭동 진압 경찰 700명을 대기시켰다. 일부 과격해진 참여자들은 중국 본토인이 많이 찾는 약국과 화장품 가게에 낙서하고 벽돌을 쌓는 등의 항의 표시를 했다. 행진이 끝난 직후인 오후 5시께는 셩수이 지하철역 인근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SCMP는 “경찰이 다수의 시위대에 의해 둘러싸였다”며 “경찰봉을 휘두르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해산시키려 했지만 수적 열세로 후퇴했다”고 전했다. 결국 폭동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 2명과 경찰 5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선 이날에도 샤틴 지역에서 약 1만 명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행진이 벌어졌다. 홍콩 당국은 인근 정부 건물이나 경찰서, 쇼핑몰, 지하철역, 버스환승센터 등이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현장에 경찰 2000명을 배치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