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출간된 《곰돌이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RHK)는 지금까지 판매된 90만 부 가운데 지난해 크리스마스 에디션 7만 부, 올봄 벚꽃 에디션 3만 부가 완판됐다. 계절별 한정판 인기에 힘입어 이달에도 ‘여름 에디션’을 새로 내놨다. 최두은 RHK 실장은 “남들과 다른 감성, 기존 표지에선 없었던 느낌을 특별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의 여러 요청으로 처음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 내용 자체가 계절에 맞춰 부담 없이 선물하기 좋다는 이미지가 더해져서인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물용으로 구매한 양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대형서점에선 팔지 않고 오직 특정 소규모 서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동네서점 한정판’ 역시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동네서점 한정판은 표지 디자인을 기존 책과 차별화하고 수량을 줄였다. 《여행의 이유》는 바캉스에디션과 별개로 4월 출간 당시 5000부 한정으로 ‘동네서점 에디션’을 따로 내놨다. 황정은 작가의 《디디의 우산》(창비)과 권여선 작가의 《레몬》(창비) 등도 독립서점 에디션 표지를 원래 책보다 더 예쁘게 꾸몄다.
김영하 작가는 “동네서점은 출판계 모세혈관 역할을 하지만 대형서점과 달리 할인이나 사은품 같은 구매 혜택이 없다”며 “표지를 달리 만들면 예뻐서 수집하기 위해서라도 동네서점에 갈 이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대형서점들도 ‘스페셜 에디션’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2017년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강사 김미경 씨의 《엄마의 자존감 공부》(21세기북스)는 비문학 도서 분야에선 처음으로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등 3개 대형 서점에 각기 다른 단독 디자인의 ‘스페셜 에디션’을 출간했다.
정유진 21세기북스 마케팅 담당자는 “독자마다 원하는 서점에서 각자 다른 책을 고르게 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껴 시도했다”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주요 독자와 각 서점 마케팅 디렉터들의 의견을 반영해 책은 물론 서점별 사은품도 전부 다르게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리미티드 에디션 열풍이 자칫 베스트셀러 장기화 현상을 심화시켜 신간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표지만 바꾼 베스트셀러들이 오랜 시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보면 정말 좋은 신간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반짝 나왔다 사라질 수 있다”며 “리미티드 책을 낸 출판사 입장에서도 자사의 다른 많은 책은 묻히고 한 책만 돋보이는 건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