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농협은행장이 ‘행장’이라는 직함을 뺀 명함(사진)을 새로 팠다. 국내 모든 은행장을 통틀어 ‘행장’이 적히지 않은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은 이 행장뿐이다. 명함 앞면엔 ‘이대훈 디지털 익스플로러(탐험가)’라고 쓰여 있다. 디지털 탐험가로서 역량을 발휘해 디지털 사업에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취지다. 보수적인 농협 조직에서 명함의 기본양식을 깬 첫 사례다.
이대훈 농협은행장, 명함에서 '행장' 뺀 까닭
이 행장의 새 명함이 독특한 이유는 또 있다. 명함 뒷면에 큼지막한 QR코드와 함께 ‘NH튜브’라는 문구를 넣었다. NH튜브는 농협은행이 새로 개편한 유튜브 채널이다. 이 QR코드를 스캔하면 농협은행 유튜브로 연결된다. 이 행장은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 명함 뒷면을 보여주며 인사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인상 깊게 NH튜브를 알릴 방법으로 이 행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다. 이 행장은 오래 알고 지낸 인사에게도 “명함을 새로 팠다”며 새 명함을 건넨다.

명함을 바꿨듯 은행의 사업방식도 디지털 중심으로 대폭 바꿔야 한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이 행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올 하반기에는 행장 업무 중 절반 이상을 디지털 사업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상품 기획, 마케팅, 직원 업무환경 등을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매주 한 번 서울 양재동에 있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로 출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행장은 기존 디지털담당 부행장이 주도하던 ‘4차 산업혁명 회의’도 직접 맡기로 했다. 유튜브 채널을 강화한 것도 디지털 주 이용층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농협은행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28만5400여 명으로 금융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