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2007년 의사 출신인 중소기업 2세가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로 침구청소기를 개발한 레이캅코리아의 이성진 대표다. ‘새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단숨에 강소기업 반열에 올랐다. 해외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사 상품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다이슨 LG전자 등에서 내놓은 흡입력 강한 무선청소기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렌털 업계에서 매트리스 청소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침구청소기는 ‘유물’이 됐다. 몇 년간 고전하던 이 대표와 레이캅은 치밀한 준비 끝에 후속작을 내놨다. ‘가성비’ 뛰어난 무선청소기로 다이슨과 ‘맞장을 뜨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레이캅코리아의 주력 신제품 올인원 
무선청소기 ‘레이캅 라이트’.
레이캅코리아의 주력 신제품 올인원 무선청소기 ‘레이캅 라이트’.
저렴하고 성능 좋은 무선청소기

2년을 준비해 15일 선보인 ‘레이캅 라이트’는 무선청소기에 침구살균 기능을 더한 올인원 제품이다. 레이캅이 경쟁력을 보이는 청소 기술력을 탑재해 성능이 뛰어나며 가격을 대폭 낮춰 1인가구 등을 공략할 계획이다. 무게가 1.6㎏인 초경량 제품이다. 판매가가 27만8000원으로 다이슨이나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 번 충전하면 30분(표준모드) 정도 쓸 수 있다.

기존 침구청소기와 똑같은 살균 및 청소 기술을 적용했다. 두드리기 기능이 있어 집먼지진드기와 미세먼지, 작은 꽃가루까지 없애준다. 두 종류 재질로 된 브러시가 탑재된 모터헤드가 카펫 속 숨은 먼지를 긁어낸다. 패브릭 전용, 틈새 전용 등 다양한 노즐을 갖췄다. 핸디형으로 분리해 쓸 수 있으며 스틱이 좌우로 회전해 모서리 청소도 쉽다.

레이캅은 소비자 반응을 본 뒤 청소 시간을 더 늘린 고급형 무선청소기를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레이캅, 이번엔 무선 청소기…"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이 대표는 “‘무선청소기도 레이캅이 만들면 다르다’는 자신감을 갖고 만들었다”며 “후속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레이캅의 명성을 다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이캅 제품이 활성화된 일본에서 지난 6월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오는 10월엔 미국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에 취했던 과거…다시 초심으로”

의사였던 이 대표는 부친이 1978년 창업한 자동차 부품업체 부강샘스의 가업을 잇기 위해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공부했다. 2004년 부강샘스에 입사한 그는 건강가전사업부를 신설했다. 2년 반 동안 개발한 끝에 자외선으로 침대나 이불에 있는 집먼지진드기를 잡는 침구살균청소기를 내놨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피부질환 원인의 70%는 집먼지진드기’였다는 것을 떠올려 제품화에 나섰다. 이 대표도 알레르기비염 환자였다. 레이캅은 ‘빛을 이용해 침실을 지키는 경찰’이란 뜻으로 그가 지었다.

레이캅, 이번엔 무선 청소기…"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레이캅의 침구청소기는 돌풍을 일으켰다. 전 세계에서 유사 제품이 100여 개에 달할 정도였다. 대박이 터진 곳은 청결을 강조하는 일본이었다. 2014년 매출 1824억원을 내며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매출의 70%를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었던 일본이 위기의 진원지가 됐다.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 가전업체와 다이슨까지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 이들의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은 레이캅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최근 몇 년간 ‘선택과 집중’ 작업을 통해 제품군 등을 정리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강가전 분야에 집중하면서 재도약을 꾀하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