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등 변수에 수사 향배에 관심…이재용 조사, 미뤄질 듯
'삼바 수사' 검찰 인사 후에도 이어질 듯…윤석열號 첫 시험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다음 달로 예정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바이오 수사는 '윤석열호' 출범에 따른 검찰 주요 보직 인사가 이뤄지는 8월 이전에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이 기간 내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조사 등이 마무리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최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김태한(62)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등 삼성 핵심 임직원들을 집중 조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이번 주 중 김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검찰이 작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삼성바이오 수사에 착수한 이후 증거인멸 혐의가 아닌 분식회계 사건 '본류'와 관련한 혐의로 영장을 청구하는 첫 사례가 된다.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기준을 고의로 변경해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천5천억원가량 늘린 의혹을 받는다.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린 뒤 금융권에서 수조원대의 대출을 받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속도감 있는 수사 흐름은 한동훈 3차장검사 등 삼성바이오 수사를 이끌어온 수사팀 상당수가 인사 대상에 포함된 점에 비춰 인사를 앞두고 조속히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여부 및 시기를 두고는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대신 이 부회장의 사건 관련성을 비롯한 실체적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데 힘을 쏟는 모양새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등을 살피는 것도 최근 검찰이 주안점으로 삼는 대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은 수사가 더 길어지더라도 사실관계를 더욱 면밀하게 확인한 뒤 이 부회장의 조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것을 인사 내 정리하기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며 "검찰 인사 때문에 중요한 사건을 무리해서 정리하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상황이라 '수사의 연속성'도 충분히 담보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아울러 최근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도 수사 막판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소재 재고 확보를 위해 일본 현지의 경제인들과 만나 사실상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는 점 등도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새로 착수할 사건에 앞서 삼성바이오 수사를 어떻게 마무리할지가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이 맞이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여부 및 강도, 그에 따른 외교·경제적 파장을 고민하는 과제가 검찰 앞에 부여되는 셈이다.

현재로선 그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경제보복의 파장과 한국 정부의 대응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검찰로서도 정무적 판단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도 대표적 '강골 검사'로 통하는 윤 후보자가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주문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