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패션 전문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가 최근 논란에 휘말렸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나오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을 패러디해 광고에 사용한 것이다. 파장이 커질 줄 알았지만 논란은 채 10일을 가지 않았다.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대처 덕이었다. 앞서 위기를 맞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신뢰를 잃은 임블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잘나가는 패션 온라인몰, 위기 대처엔 극과 극…'사과의 정석' 무신사 vs '무성의 대응' 임블리
무신사의 매뉴얼대로

무신사는 지난 2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안 경찰의 발언을 인용한 광고를 게재했다. “속건성 책상을 ‘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양말 광고를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린 것. ‘양말이 얼마나 빠르게 마르는지’를 강조하는 광고였다. 그 문구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쳤다.

무신사는 주저하지 않았다. 다음날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담당자 징계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당사의 홍보용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불쾌감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 당사의 콘텐츠 검수 과정에서 해당 콘텐츠가 걸러지지 못한 점, 무엇보다 해당 사건이 가지는 엄중한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날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단순 사과에 그치지 않고 확실한 재발 방지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한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콘텐츠 제작 담당자와 편집 책임자를 포함해 무신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역사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공식 사과하고 후원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사과문을 올린 지 9일 만에 박종철사업회를 찾아갔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교육도 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문제해결 방식이 건강한 것 같다. 방문해준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무신사의 후원금을 정중히 거절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무신사의 대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진정성 있고 신속한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발표와 실행, 가장 먼저 피해자를 관리할 것’ 등 위기관리의 원칙을 교과서처럼 이행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기념사업회가 사과를 받아들이자 사태는 누그러졌다.

위기 키운 임블리

임블리는 반대의 사례다. 지난 4월 ‘호박즙 곰팡이’ 사건으로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항의했다. 하지만 임블리 측은 성의없이 대응했다. 곰팡이가 난 호박즙 가운데 이미 소비자가 먹은 건 빼고, 남은 수량만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소비자의 반발은 커졌다. 이후 임블리 옷이 명품을 카피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불만이 쏟아지자 공식 인스타 계정을 폐쇄했다가 다시 공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임블리라는 브랜드를 키운 임지현 상무가 유튜브에서, 박준성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사과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블리 사태가 발생한 지 90일이 넘었다. 임블리 측은 이달 들어서야 공식 CS(고객만족) 계정을 만들고 몇 달 전부터 소비자들이 물어본 내용에 하나씩 답하기 시작했다. 임 상무가 ‘진정성 있는 사과’라며 올린 손글씨 사과문도 공개했다. 9일 만에 세 번의 사과, 피해자 방문, 내부 교육 등을 마친 무신사를 보면서 임블리의 임 상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