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세금 폭탄…전원주택시장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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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매 속출하는 전원주택
양도세 중과 '치명타'
양도세 중과 '치명타'
경기 양평군 옥천면에 있는 17가구 규모의 A전원주택 단지는 지난해 통째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에 넘어갔다. 2년 전 준공했지만 분양계약을 단 한 건도 성사하지 못한 탓에 개발 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했다. 토지를 담보로 개발 자금을 조달한 시행업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을 견디지 못해 소유권을 포기했다. 양평군 A공인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세컨드하우스 붐이 일면서 개발업자들이 너도나도 단지형 전원주택 건설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완전히 꺾였다”며 “남양주·가평 등 수도권의 다른 전원주택 밀집 지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중과세 영향
전원·주말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폭탄이 현실화된 영향이다. 가장 먼저 신규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남양주에서 100가구 규모의 단지형 전원주택을 분양 중인 A업체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분양이 됐지만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나온 2017년 ‘8·2 대책’ 이후 신규 계약자가 끊겼다”며 “전원·주말주택을 매입하면 바로 중과 대상이 되다보니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장기화하면서 단지 전체가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가평군에선 백둔리 B전원주택 단지 전체가 지난해 경매에 부쳐졌다. 이 단지는 당초 17가구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받으려는 이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분양가를 1억원가량 할인하고 나서야 2가구가 분양됐다. 이마저도 준공이 늦어지면서 등기 이전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평군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8000만~1억원씩 할인해 분양하는 업체가 늘었지만 여전히 분양이 잘 안된다”고 전했다.
기존 전원주택 시장의 위축 조짐도 뚜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지인(양평군 외)이 양평군에서 매입한 토지는 1만2227필지로, 전년 대비 1600필지 감소했다. 거래 면적 역시 283만㎡ 감소한 1009만2000㎡에 그쳤다.
외지인이 지난해 매입한 주택은 1540가구로, 이 역시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양평군의 외지인 토지·주택 매입이 줄어든 것은 5년 만의 일이다. 작년부터 전원주택 수요 급감
부동산 전문가들은 ‘8·2 대책’과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면서 전원주택 수요도 꺾였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차익을 얻을 경우 6~42%의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20%포인트를 더해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도 꾸준히 올리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전원주택을 매입하는 순간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며 “서울 집을 처분하면 바로 세금 폭탄을 맞는 만큼 중과세가 적용되는 시기에는 쉽게 전원주택을 매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입하기는커녕 매도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용 빈도가 낮은 전원주택부터 처분해 주택 보유 수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어서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수도권에선 옹진군, 연천군의 일부 농어촌주택을 제외하고 대부분 보유주택 수 계산에 전원주택이 포함된다”며 “전원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도 훌쩍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전원·주말주택 수요가 늘지 않는 것도 시장 침체의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전원주택 및 귀농·귀촌 정보를 제공하는 OK시골의 김경래 사장은 “전원주택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정점을 찍은 뒤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진 데다 그나마 있던 수요도 정부 지원이 많은 귀농·귀촌으로 이동하면서 전원주택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전원·주말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폭탄이 현실화된 영향이다. 가장 먼저 신규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남양주에서 100가구 규모의 단지형 전원주택을 분양 중인 A업체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분양이 됐지만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나온 2017년 ‘8·2 대책’ 이후 신규 계약자가 끊겼다”며 “전원·주말주택을 매입하면 바로 중과 대상이 되다보니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장기화하면서 단지 전체가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가평군에선 백둔리 B전원주택 단지 전체가 지난해 경매에 부쳐졌다. 이 단지는 당초 17가구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받으려는 이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분양가를 1억원가량 할인하고 나서야 2가구가 분양됐다. 이마저도 준공이 늦어지면서 등기 이전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평군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8000만~1억원씩 할인해 분양하는 업체가 늘었지만 여전히 분양이 잘 안된다”고 전했다.
기존 전원주택 시장의 위축 조짐도 뚜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지인(양평군 외)이 양평군에서 매입한 토지는 1만2227필지로, 전년 대비 1600필지 감소했다. 거래 면적 역시 283만㎡ 감소한 1009만2000㎡에 그쳤다.
외지인이 지난해 매입한 주택은 1540가구로, 이 역시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양평군의 외지인 토지·주택 매입이 줄어든 것은 5년 만의 일이다. 작년부터 전원주택 수요 급감
부동산 전문가들은 ‘8·2 대책’과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면서 전원주택 수요도 꺾였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차익을 얻을 경우 6~42%의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20%포인트를 더해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도 꾸준히 올리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전원주택을 매입하는 순간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며 “서울 집을 처분하면 바로 세금 폭탄을 맞는 만큼 중과세가 적용되는 시기에는 쉽게 전원주택을 매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입하기는커녕 매도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용 빈도가 낮은 전원주택부터 처분해 주택 보유 수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어서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수도권에선 옹진군, 연천군의 일부 농어촌주택을 제외하고 대부분 보유주택 수 계산에 전원주택이 포함된다”며 “전원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도 훌쩍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전원·주말주택 수요가 늘지 않는 것도 시장 침체의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전원주택 및 귀농·귀촌 정보를 제공하는 OK시골의 김경래 사장은 “전원주택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정점을 찍은 뒤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진 데다 그나마 있던 수요도 정부 지원이 많은 귀농·귀촌으로 이동하면서 전원주택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