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하람이 은색 테이프로 가린 것은 유니폼을 만든 A사 로고였다. 의류에 있던 A사 로고가 국제수영연맹(FINA)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다. 우하람이 테이프를 사용해야 했던 이유다.
안방에서 벌어진 이 같은 촌극은 대한수영연맹의 늑장 행정에서 비롯됐다. 연맹은 지난해 말 A사와 용품 후원 계약이 끝난 후 새 후원사를 찾았다. 지난 5월 이사회에서 후보 업체들에 대해 일부 이사들이 부적합 의견을 냈고 새 후원사를 찾는데 난항을 겪었다. 대회 시작 직전인 지난 1일 A사와 재계약했다. 대회 시작 10여일을 남겨 놓고 A사가 ‘KOREA’가 새겨진 한국 국가대표용 유니폼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맹은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A사 의류를 구해 선수들에게 전달했으나 FINA의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연맹은 부랴부랴 로고 자리에 천을 덧댄 후 그 위에 ‘KOREA’를 새겨 선수들에게 15일 전달했다. 연맹은 ”새 용품 업체와 계약하려 했다가 무산되고 다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져 생긴 일“이라고 했다.
연맹은 재정 악화와 집행부 인사들 비리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회장직은 공석이었고 지난 5월에야 새 회장을 뽑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