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으로 또 막말…민주 유색 여성의원 4인방 공격 파문 적극 활용
민주 공세·공화 잠잠…"트럼프 발언, 美의 '멜팅팟' 원칙에 반해"
미국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해 노골적인 인종차별 공격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반하장으로 되레 사과를 요구했다.

세계 각지의 이민자를 수용, '멜팅팟'(Melting Pot·용광로)이란 별칭을 얻어가며 번영을 이룬 미국의 근본 원칙을 뒤흔드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는 오히려 파문의 확산을 지지자 결집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전 "급진적 좌파 여성 하원의원들은 언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인, 그리고 대통령실에 사과하려는가, 그들이 사용한 더러운 언어와 끔찍한 말들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그들의 끔찍하고 역겨운 행동에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런 아주 인기 없고 대표성 없는 여성 하원의원들의 행동과 입에서 뿜어져 나온 더러운 말 및 인종차별적 증오 속에서 단결하고 싶다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는 게 재미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 들게 했다"고 막말을 이어갔다.

전날 민주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각을 세우며 두각을 나타내던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며 인종차별적 공격을 했다가 당사자들 및 민주당이 반격에 나서자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발언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는 데도 적반하장으로 사과를 요구하며 파문의 확산을 통한 백인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인에 사과하라는 발언 역시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유대계 표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4인방 중 소말리아계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은 지난 2월 대표적 유대인 단체를 공개 비난했다가 반유대주의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사과한 바 있다.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은 이스라엘과 해묵은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2세이기도 하다.

4인방의 대표격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트윗을 통해 "4명의 유색 미국 여성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던 어제 대통령의 (트윗) 발언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특징적 발언"이라며 "트럼프는 공화당을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로 이끌고 있고 이는 모든 미국인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4인방 공격 트윗으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90명이 넘는 민주당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난 세례를 퍼부었으나 공화당은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공화당 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을 문제 삼은 건 칩 로이 하원의원이 유일했다고 WP는 전했다.

백인이 아닌 미국인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발언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정치·경제적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던 미국의 근본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대를 걸쳐 자랑스럽게 여겨온 '멜팅팟' 원칙에 직접적으로 반하며 운영되는 미국을 창조하고 싶은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반(反)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