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배익기 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연합뉴스
2017년 배익기 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연합뉴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회수 길이 열릴까.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문화재청의 반환 요구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배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 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배 씨가 소장한 상주본은 한글의 원리가 소개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당초 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게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8년 배 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배 씨가 이를 공개한 이후 소송전이 불거졌다. 골동품 판매상인 고 조모 씨가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며 민사소송을 건 것이다. 소송은 조 씨의 승소로 확정됐다. 승소한 조 씨는 2012년 상주본 소유권을 국가에 기증했다.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배 씨의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1심은 배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뒤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배 씨는 무죄 확정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은 배제돼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2심은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 소유권이 배 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배 씨에게 회수 공문을 보낸 문화재청은 17일 그를 만나 설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 차례 정도 공문을 보낸 뒤에도 거부할 경우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해 압수수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 씨는 같은 날 출연한 JTBC '뉴스룸'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손석희 앵커가 "2017년 불에 그을린 상주본을 본 것이 마지막"이라며 "상주본은 잘 있냐"고 묻자, 머뭇거리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답한 것이다.

'잘 있는지 없는지도 말하기 어렵냐'고 묻자 배 씨는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상황이 이런 만큼 더더욱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