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팰리세이드 증산이 늦어지며 취소 물량이 2만 대를 넘어섰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증산이 늦어지며 취소 물량이 2만 대를 넘어섰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대형 SUV 시장을 열었지만 차량 생산이 지연되며 수입차 업체와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국내 누적 계약 물량이 10만대에 육박한 가운데, 차량 생산이 늦어지며 2만명 넘는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에 밀린 주문이 5만대 가량에 육박하며 출고까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를 참지 못한 소비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는 울산 4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약 3개월이 걸려 4공장 월 생산량을 6200대에서 8600대로 늘리는 안을 노조와 합의했는데, 주문이 계속 밀리자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다시 한 달이 걸려 노조 집행부와 2공장 생산을 합의했지만, 생산물량을 나누면 특근 수당이 줄어드는 4공장 노조가 반대하며 다시 암초에 빠졌다.

팰리세이드가 공급 부족으로 출시 초기 붐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며 하반기 대형 SUV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도 소비자들의 이탈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4분기 제네시스 브랜드 SUV GV80을 선보일 예정인데, 팰리세이드의 인기몰이가 노조에 발목 잡혀 조기 마감하면 3분기에서 4분기 초까지 국내 대형 SUV 시장에 공백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벤츠, 포드, BMW 등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 공백기를 활용해 국내 시장에 대형 SUV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대형 SUV 모델로 자리잡은 포드 익스플로러는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초 10월 출시 계획을 세웠지만, 이보다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3년째 수입차 왕좌를 차지한 벤츠도 풀체인지 모델 더 뉴 GLE를 선보인다. BMW는 뉴 X6, 폭스바겐도 3세대 투아렉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이 선보이는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GM이 선보이는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
가장 먼저 팰리세이드를 위협할 차종은 한국GM의 대형 SUV 트래버스다. 한국GM은 빠르면 8월내에 트래버스를 국내 선보일 방침이다. 미국에서 입증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되,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팰리세이드의 인기 요인을 따졌을 때 이들 수입차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는 대형 SUV임에도 기본 트림은 3475만원, 최고급 트림 가격도 4408만원에 그쳐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트래버스 기본 트림이 4900만원대이고 익스플로러는 5000만원대에 출시가 예정된 것과 비교하면 수입 대형 SUV와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현대차에게는 씁쓸한 상황이다. 높은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에 대한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공급이 늦어져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에게 검토할 차선책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제때 증산이 이뤄져 공급이 원활히 이뤄졌다면 국내 대형 SUV 시장을 무리없이 독식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팰리세이드 최고급 트림을 계약한 고객들에게는 1년을 기다려 차를 받는 대신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는 옵션이 생긴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가 대형 SUV 시장에서 수입차 업계에게 활로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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