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농협 자산 합치면 800조원
해외 진출·디지털금융 투자 가속
농협금융그룹의 지난해 총자산 규모는 417조원이다. 지역농협과 농협경제지주 등의 자산을 포괄한 농협 자산은 국민연금 적립액 약 690조원을 넘어서는 약 800조원 규모다.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들을 주축으로 범농협 차원의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디지털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 서울 양재동에 문을 연 NH디지털혁신캠퍼스가 그 예다. 디지털 금융으로 해외에서도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게 농협금융의 전략이다.
○선진시장이 끌고 신흥시장이 받친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3단계 해외 진출 전략을 펴왔다. 첫 번째로 중국과 베트남 등 ‘우선 진출국’을 선택해 강점인 농업금융과 연계한 사업을 해왔다. 두 번째 단계로 현지화 강화, 네트워크 확장 등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그간 축적한 농협 그룹만의 글로벌 사업모델을 계열사 간의 역량을 모아 실제 수익 창출로 연결하는 세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다.
NH투자증권의 홍콩법인과 뉴욕법인은 농협금융의 ‘해외 진출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계열사 및 범농협 차원의 자산운용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파이낸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전문 인력 외에도 은행과 상호금융에서도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투자 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제까지 계열사가 연계해 100여 건이 넘는 해외 투자를 발굴하고, 집행했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강점인 농업금융 역량을 살려 현지 농업과 농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 최대 협동조합인 궁샤오(供銷)그룹, 미얀마 정부의 농업 육성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투그룹, 베트남의 농협은행 격인 아그리뱅크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엔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으로 진출국이 늘어났다.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이 현지에 법인, 지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동남아시아 진출의 최전선은 베트남이다. 농협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은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흑자전환했다. 아그리뱅크와는 무계좌 송금서비스, 교차 마케팅 등의 협력을 벌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 합작증권사를 인수해 3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했다. 종합증권사 도약을 위한 정보기술(IT) 구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적 이끄는 디지털 금융
농협금융그룹은 지난해 1조2188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디지털 금융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인 NH스마트뱅킹을 내놨다. 그동안 발표한 NH스마트뱅킹, 금융상품마켓, 스마트인증, 퇴직연금, 스마트알림 등의 앱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을 통합했다. 비밀번호 6자리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 가입자 1500만 명, 실사용자 500만 명 수준인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한층 고도화했다. 사용자인터페이스와 보안 인증 기능을 강화하고, 이상금융탐지시스템(FDS)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자주 쓰는 기능인 송금, 결제, 조회 등을 간단히 할 수 있는 올원뱅크 앱은 지난해 말 3.0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지난 한 해 방문자 수 995만 명을 달성하고, 간편송금 건수는 6600만 건을 기록했다. 2030세대의 대표 간편 은행 앱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올원상담봇(챗봇), 음성뱅킹 기능을 넣고, 패턴인증 등을 도입했다.
고무적인 것은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도 올원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베트남 현지인을 겨냥해 계좌 잔액 및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고, 이체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지인이 많이 사용하는 전자지갑 서비스도 붙이기로 했다.
서울 양재동에 지난 4월 문을 연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농협금융 디지털화를 육성하는 요람이다. 스타트업 육성과 기술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농협금융은 이곳을 거점 삼아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 사업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매주 1회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 발맞추기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지주 내에 디지털 금융부문을 새로 만들고, 애자일 조직인 ‘셀(cell)’을 신설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 800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데이터 관련 프로그램 교육을 확대했다. 젊은 직원 중심의 학습 및 연구조직인 ‘NH패스파인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로 조직문화를 확 바꾸기 위해 스마트데스크·클라우드·AI 기반 스마트오피스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