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반응 '제각각'…시행 초기 '조심 모드'
김영란법·주52시간 근무제 등에 이어 직장생활 '격변' 예상도
온·오프라인 윤리 교육에 취업규칙 반영 마무리…'확인 서명'까지


업계팀 = "이제는 부하직원들 무서워서 업무지시도 제대로 못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룹 임원) "서로 존중하는 새로운 직장 분위기가 기대됩니다.

"(대기업 사원)
'직장내 괴롭힘'의 개념을 명시하고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16일 시행되면서 일선 기업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법의 취지에는 다들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임원 등 고위직은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많은 데 비해 평사원들은 기대감이 높은 양상이다.

특히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이어 직장인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원 "소통단절 우려"·중간급 "신고까지야"·직원 "기대된다"
◇ "애매모호…다툼 많을 듯" "걱정하는 게 이상"
기업 임원과 부서장 등 간부직 사원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의 정의가 주관적이어서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주로 지적했다.

한 그룹 계열사의 팀장은 "기준이 애매모호해서 악의만 있으면 상사가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이젠 아예 대화가 단절되고, 회식도 없어질 것 같다"면서 "성 인지 감수성과 비슷하게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이미 부하 직원들에게 일을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법까지 시행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기업 임원도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간 법적 다툼이 생기고, 직장 분위기는 험악해질 것"이라며 "상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법 규정까지 만들어서 규제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에 중간 관리급 직원이나 평사원들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보다는 부당한 업무지시나 '횡포'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 많이 표시했다.

한 중견기업의 과장급 사원은 "떠들썩하게 시작하지만 최근 직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서로 조심스러운 분위기인 데다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고까지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임원 "소통단절 우려"·중간급 "신고까지야"·직원 "기대된다"
다만 "요즘 젊은 신입사원들은 워낙 개성이 강하고 예측할 수가 없어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주요 그룹의 평사원은 "법 시행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 "상사들이 조심스럽게 잘 대해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평사원도 "윗분들이 법 시행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부하직원 괴롭히지 말라는 것인데, 이를 비정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간호사 태움'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꼽히는 일부 특정 직종에서는 기대감이 큰 분위기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해 회원 7천275명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0.9%가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해자는 직속 상관인 간호사 및 프리셉터가 30.2%로 가장 많았다.

◇ 집중 교육에 신고채널·상담센터 등도 운영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은 물론 중견, 중소기업들도 취업규칙 변경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직원들을 상대로 온·오프라인 집중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전 사원을 대상으로 교육 수료 여부를 확인하는 서명을 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준비 태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등은 법 시행 전부터 수차례 직원들에게 안내 이메일을 발송해 법 내용과 주요 위반 사례 소개를 설명하면서 주의를 당부했으며, 인사 및 징계 규정에도 반영했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8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정의, 괴롭힘 발생 시 구체적인 처리 방침 등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도 개정했다.
임원 "소통단절 우려"·중간급 "신고까지야"·직원 "기대된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온라인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해당 업무를 담당할 직원도 별도로 지정했으며, KT는 신고접수를 위해 'KT 119 직장 내 괴롭힘 온라인 상담소'를 만드는 한편 부서별 고충 처리 상담원, 헤아림 심리상담센터 등도 운영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법 내용을 담은 취업 규칙을 놓고 노동조합과 이견 조율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아워홈은 온·오프라인과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고용노동부와 자체 자료 등을 활용한 수시·상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샘은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상호존중의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실천 서약'을 진행했으며, 상호존중 문화에 방해되는 행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 그 결과를 사업부장과 팀장 등에게 전달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벌칙(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