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젊은 여공들은 방직공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로 모인 노동력은 방직, 봉제 등 기술을 배워 섬유산업으로 흘러들었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되면서 화학섬유 공장이 곳곳에 들어섰고, 1970년엔 전체 수출액의 30%가량을 직물과 의류 등 섬유제품이 차지했다. 그게 정점이었다.

섬유산업은 1980년대부터 중화학공업에 밀려 수출 효자 자리를 내줬다. 1980년 한국 수출액의 29.1%를 차지하던 섬유산업은 1990년 22.7%, 2000년엔 10.9%로 급감했다. 2016년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수출 비중이 2.3%로 떨어졌다.

섬유산업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사양산업’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30여 년간 섬유산업에 종사한 한 방직기업 대표는 “1997년 전국은행연합회가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분류하면서 대출과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주요 섬유·패션기업은 일찌감치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갔다. 한세실업과 세아상역 등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20여 년 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경방 전방 등 대표적인 방직업체들도 국내 생산 비중을 줄이고 해외로 나갔다.

국내 섬유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섬유기업 가운데 종업원이 10인 미만인 곳은 88.7%로 조사됐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로 보면 섬유산업은 성장산업에 가깝다. 섬유산업연합회는 의류 스포츠웨어 등을 포함한 글로벌 섬유·패션시장 규모가 2013년 1조7288억달러에서 2016년 1조9433억달러로 늘었다고 추정했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섬유산업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업종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