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기술력만으론 성공 힘들어…브랜드 경쟁력 키워야"
“섬유·패션업은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죠. 기업 지원이 연구목표 달성, 특허 취득 등 보기 쉬운 부분만 평가해서 이뤄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김윤수 애플라인드 대표(사진)에게 섬유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물었더니 목소리가 높아졌다. 30년가량 섬유업계에 종사하면서 그만큼 답답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섬유업계가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업계 발전을 위해선 국내에서도 글로벌 유명 브랜드가 나와 봉제 직조 등 업종 생태계를 키우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등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는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게 현실”이라며 “특허처럼 손에 잡히는 기준만으로 기업 지원을 결정하면 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애플라인드는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쪽 면만 물을 튕겨내는 기능성 의류 소재인 드라이큐브를 개발했다. 하지만 특허는 등록하지 않았다. 특허 등록이 의미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허를 등록하면 20년 동안 특허법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지만 핵심 공정을 공개해야 한다. 다른 업체가 공정을 조금만 바꿔 특허를 내면 똑같이 인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정부 지원이나 투자를 받기 위해 형식적인 특허를 내는 기업이 많다”며 “기술 자체보다도 기술을 브랜드화해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김 대표에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은 스포츠 이벤트다. 글로벌 스포츠 의류 브랜드들이 자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을 계기로 홍보효과를 누리며 크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애플라인드는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없었다.

그는 “한국 스포츠 브랜드들은 대규모 광고비용을 집행할 여력이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어려웠다”며 “정부가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국제 대회에서 브랜드를 알릴 기회를 주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