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안산 동산고 학부모들이 지난 11일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평가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안산 동산고 학부모들이 지난 11일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평가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도 교육청과 학교 양측 모두 교육부의 결정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으면 법정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하면서다. 향후 사법부 판단에 따라 교육부 결정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수년간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사고 폐지' 법정공방 임박…서울 8개高, 로펌 선임 분주
법적 대응 나선 지정 취소 자사고

교육부는 전주 상산고, 안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 자사고 재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이르면 19일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 취소 동의 여부는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결론 지을 예정이다. 앞서 11개 시·도교육청은 올해 평가대상 전국 24개 평가 대상 자사고 중 11개 학교에 낙제점을 줬다.

교육부가 자사고 취소에 동의하면 학교와 학부모들은 법원에 재지정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국중학 상산고 교감은 “교육부가 취소에 동의할 경우에 대비해 학교법인 차원에서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배재고, 신일고, 세화고 등 8개 학교는 공동대응을 도와줄 로펌을 선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학교 측의 가처분 신청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변윤석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통상 본안에서 패소할 게 명백한 경우나 당장 효력정지를 해주지 않아도 나중에 피해 회복이 가능한 경우 등을 제외하곤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본안인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해당 학교들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다만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도 신입생 선발은 일반고 전형으로 모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는 9월 발표 예정인 내년도 고입 입시전형 계획은 교육감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감들이 ‘어깃장’을 놓으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신입생 전원을 자사고 전형으로 모집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진다.

평가 적절성이 쟁점될 듯

행정 본안소송 결과는 해를 넘겨서야 나올 전망이다.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목적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적절하게 평가를 했는지가 법리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소 가능성은 학교마다 다르다. 다만 다른 지방자치단체 소재 학교와 달리 유일하게 평가 커트라인이 10점 높았던 상산고는 다른 학교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교육부가 교육청 결정을 뒤집고 자사고 유지 결정을 하면 교육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2014년에도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교육부가 부동의해 교육감들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경희고·배재고 등 6개 학교에 재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의 부당한 월권이라며 소송에 들어갔지만 3년 8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조 교육감 등은 이번에도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하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쟁의 심판이란 권한 범위를 놓고 행정기관 간 다툼이 발생할 때 헌재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헌재가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면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은 뒤바뀌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교육감 측이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용호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4월 자사고와 일반고의 이중지원을 금지하는 법령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릴 때 “자사고를 통한 고교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수월성 등도 보호해야 할 공익”이라고 밝혔다. 헌재도 자사고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인혁/박종관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