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투자한 기업은행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신과 함께 1, 2’, ‘극한직업’에 이어 투자한 영화 중 네 번째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오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은 이날 현재 누적 국내 관객수 994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오는 주말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IBK금융그룹유니온콘텐츠투자조합’을 통해 이 영화에 4억원을 투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금 운용을 보수적으로 해야 하는 은행의 특성상 큰 금액을 직접 투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수익률 측면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익분기점인 370만 명은 이미 훌쩍 넘어섰다.

기업은행은 영화 투자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공적인 투자 행보를 보여 왔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영화 ‘극한직업’(1626만 명)이다. 기업은행은 이 영화에 약 8억원을 투자해 3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럭키’(200%), ‘검사외전’(160%)도 높은 수익을 냈다. 올해 10억원을 투자한 ‘악인전’도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기업은행에서 영화 투자를 전담하는 문화콘텐츠금융팀은 부서장을 비롯한 10여 명 전체가 미디어나 디지털콘텐츠 분야를 전공했다. 연차별 육성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해 문화 전문가로 키우기 위한 교육도 병행한다. 영화에 투자할 때 반드시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받는 것도 특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문화콘텐츠산업은 창의적인 인적 자원이 많은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산업”이라며 “은행으로서도 예대 마진에서 벗어나 새 수익원이 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