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위종 열사 증손녀 "증조부의 일상은 그야말로 영웅적"
“증조부 이위종 열사의 일상은 그야말로 영웅적이었어요. 그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모인 각국 언론인들에게 ‘한국의 호소’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뒤 많은 유럽인이 당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죠.”

대한제국 외교관이자 ‘헤이그 특사’ 3인 중 한 명인 이위종 열사의 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 모스크바대 역사학과 교수(56·사진)는 16일 서울 서소문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김영사) 출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이위종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기록으로 재야 사학자 이승우 씨가 썼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위종 열사의 손녀인 류드밀라 예피모바 씨(83)도 함께했다.

역사학자인 피스쿨로바 교수는 “헤이그 특사들의 활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일본이 한국에 좋은 길을 열어주려고 했던 게 아니라 한국을 파괴하려고 했던 것임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위종 열사는 1962년 헤이그 특사와 이후 독립운동 활동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았다. 하지만 함께 파견됐던 이상설 이준 열사에 비해 그에 대한 연구와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주로 러시아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1990년 한·러 수교 이후에야 그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피스쿨로바 교수는 “러시아 외무성 국가기록원에서 이범진과 이위종이 대한제국 외교관으로 1905년까지 활동한 문서를 발견했을 때 감격스러웠다”며 “모든 민족은 자신들의 역사를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조그만 사실 하나라도 기억하는 건 굉장히 중요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