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취임 100일 맞은 박영선 장관의 숙제
“현장의 적극적 소통 행보를 통해 장관의 의지만 확인했을 뿐입니다. 중기인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 것을 체감하기는 어렵네요.”

16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향해 한 중소기업인은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박 장관이 취임 후 보여준 존재감과 여러 정책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장 평가는 냉정했다. 여당 4선의 중진의원 출신으로 중소기업인의 어려움을 두루 살피고 이를 개선할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눈에 띄는 변화도 보인다. 취임 초 정부 14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중기부를 명실상부 중기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각인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廳)에서 부(部)로 격상된 중기부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낸 것은 박 장관의 힘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없다. 조직 내부에서 실국장 책임제를 도입해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린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누구보다 현장을 자주 찾은 박 장관이기에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컸던 기대만큼이나 지난 100일간의 성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볼멘소리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과 관련, 탄력근로제 확대 등 적극적인 보완입법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심성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그동안 중소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만큼 박 장관이 총대를 메고 여당을 중심으로 입법을 마무리해달라”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쉬움도 토로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최저임금이 3년 연속 오르면서 소상공인의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구분적용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통해 시급하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소상공인의 근로시간과 수입 등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장관 한 명 바뀌었다고 현 정부 경제정책의 큰 흐름이 바뀔 수는 없다. 하지만 박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강조해온 ‘9988(전체 기업 수의 99%인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책임진다는 말)’은 경제정책의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중기부 수장은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동시에 정부 정책에 맞서 싸우는 투사여야 한다”는 중기인들의 호소는 이 같은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