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채용을 청탁·강요하다 적발되면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개정 채용절차법(블라인드채용법)을 1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채용비리를 막고 직무 중심 채용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다. 법에 따르면 채용에 관한 청탁, 압력, 강요를 하거나 금품, 향응을 주고받으면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구직자에게 출신 학교와 본인 사진 외에 키, 체중, 부모 직업 등을 물으면 최고 500만원을 내야 한다.

고용부는 이 법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된 건설현장 채용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전국 상당수 건설현장에서는 각급 노조가 서로 자기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공사장 출입을 막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마땅한 근거가 없었다.

경직된 규제로 인해 기업의 인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획일적인 채용절차 규제는 기업의 인사관리 유연성을 떨어뜨려 인재 확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소는 물어도 고향은 안된다?…헷갈리는 '블라인드 채용법'

정부는 2017년 275개 공공기관 등 공직 유관단체 1190개 조직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여 총 4788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이후 정부와 국회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채용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입법에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법이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채용절차법,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법’이다.

정부는 이 법의 시행이 공공과 민간부문의 채용비리를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청탁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이 불투명한 데다 기업의 구인 비용만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채용절차법은 법령을 위반해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를 하거나 채용과 관련해 금전, 물품, 향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받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처음 적발 땐 1500만원, 2회 이상 위반하면 3000만원을 내야 한다.

채용 강요와 금품 수수 등 행위의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채용의 공정성 침해’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합법과 불법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가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배포한 업무지침에 따르면 A씨가 친구 B씨가 운영하는 기업에 자신의 아들이 응시했음을 알리고 잘 부탁한다고 했을 경우 순위 변경 등 구체적인 요구를 했다면 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부탁을 받았지만 내부 채용 절차를 준수해 A씨의 아들이 채용됐다면 ‘단순한 추천이나 정보 제공’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어서 또 다른 혼란을 빚을 우려가 제기된다.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용모, 키, 체중 등을 묻는 것도 금지된다.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과 결혼 여부, 재산 규모 등을 적는 칸도 없애야 한다. 또 부모와 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 정보를 요구하면 안 된다. 용모와 재산 등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조건이 채용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취지지만 이 역시 기준이 불명확하다. ‘고향’을 묻는 것은 불법이고, 지금 사는 곳을 묻는 것은 문제가 없다.

직종에 관계없이 일괄적인 기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보안·방호업은 신체조건을 보지 않고는 채용 절차를 밟기 어렵다”며 “법 위반 단속에 앞서 업종 특성에 맞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