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 수석부이사장 옹켕용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 신남방 정책 다른 정부 들어서도 계속 유지돼야"
[한-아세안 협력 30년] ⑤아세안 석학 "한반도와 아세안 한 몸"
"한반도가 불안하면 동남아국가연합(ASEAN)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한반도 평화는 아세안 전체 평화에 기여합니다.

"
옹켕용(王景榮)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RSIS) 수석부이사장은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남북 교류가 하루빨리 진전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한반도와 아세안은 한 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하면 한국의 정치·경제·안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고, 아세안에도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아세안과 다른 국가들도 공동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SIS는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이혁)가 13일부터 마련한 '2019 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워크숍'의 싱가포르 행사를 주관했다.

옹켕용 수석부이사장은 아세안 10개국에서 모인 청년과 한국, 중국, 일본 대학생 등 80명에게 기조연설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싱가포르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 아세안의 미래 등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아세안 초대 및 2대 사무총장, 말레이시아 대사를 지냈고, 현재는 아세안 정세 등을 연구하는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의 대(對) 아세안 정책은 어떠한가.

▲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는 1989년 대화 관계 수립 이후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은 수년간 아세안 회원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보유한 문화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경제력과 기술적 강점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세안에서는 한국의 K-팝과 한국 전통문화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신남방 정책에 대해 아세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지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벌써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7개국을 방문했다.

정상 간 교류가 잦아지면서 한국과 아세안 간 관계도 한층 강화됐다.

-- 아세안 국가들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원한다.

그 이유는.
▲ 시간이 흐를수록 아세안 회원국들은 한반도의 평화로운 발전이 동남아시아의 안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인식했다.

한반도가 불안하면 아세안도 위기가 찾아온다.

즉, 한반도 평화는 아세안 전체 평화를 견인한다고 본다.

그래서 아세안 국가들은 남북 교류가 하루빨리 진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반도와 아세안은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됐다.

이런 긍정적인 궤적이 지속했으면 한다.

남북 관계의 우호적 진전은 한국의 정치·경제·안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고, 아세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궁극적으로 아세안과 다른 국가들도 공동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아세안 관계의 '일관성'(Consistency)을 제기했는데.
▲ 아세안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시기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이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10년간 다섯 분의 대통령을 봤다.

아세안은 한국의 정부가 달라질 때마다 (정책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고, 한국과 같이 일을 할 때 그런 차이를 실감했다.

'일관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연속성'(Continuity)과도 결부된다.

문 대통령의 신남방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조율되고 연결된, 일관되고 연속적인 정책이 아세안 관계에서 지속해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이후 다른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같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아세안 대화 관계수립 30년이다.

향후 30년을 전망한다면.
▲ 지난 30년 동안 한-아세안 관계는 대외 전략적 상황의 변화와 함께 발전했다.

새로운 국제적 이슈들이 발생함에 따라 양측간 협력도 긴밀해졌고, 그 영역 또한 확대됐다.

동시대를 지배하는 핵심 현안이 기술적 진보,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 6월 한국과 아세안이 과학기술 협력을 맺은 것은 시의적절했다.

이는 협력의 영역 확장 사례로 볼 수 있다.

한-아세안 관계는 진화하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해서 합을 맞출 것으로 전망한다.

[한-아세안 협력 30년] ⑤아세안 석학 "한반도와 아세안 한 몸"
-- 한국의 신남방 정책을 평가한다면.
▲ 인적교류와 무역 투자 부문에서 한-아세안 관계를 한층 심화시켰다.

한국의 대(對) 아세안 교역 규모는 2016년 1천190억 달러에서 2018년 1천6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아세안 회원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600만 명에서 2018년 900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한국은 쌍방향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과학기술 센터 설립을 통해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한층 더 격상된 한-아세안 협력 관계와 새롭게 추진되는 여러 정책이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 아세안 간에는 발전격차가 있다.

다양한 문화도 공존한다.

▲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이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통합이 무엇인지' 아세안 국가 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통합은 가능하다고 본다.

상호 간의 의견을 수용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유효할 것이다.

연간 아세안 관련 회의는 1천400개가 넘는다.

매일 3개 이상의 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여러 분야의 주제를 놓고 논의하면서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아세안의 관계는 마치 부부와도 같다.

부부가 매사에 같은 의견을 낼 수는 없지만, 한 지붕 아래 식구로서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함께 논의하고, 견해차를 좁혀가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내는 것이 아세안 통합을 위한 길이다.

-- 발전이냐 환경 보존이냐에 대한 논쟁도 있다.

▲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

싱가포르는 독립 이후 리콴유 전 총리가 주말마다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그래서 지금 산림이 우거졌다.

건설계획에 녹지를 포함했다.

그리고 숲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Plan)하고, 실천(Implement)하며, 유지(Enforcement)하는 것이다.

-- 오는 11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다.

▲ 이번 회의에서는 지금 이 시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공감하는 것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한-아세안은 지난 30년간 훌륭한 지도자들 아래서 발전을 도모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정책은 굉장히 건설적이다.

안보가 번영에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 30년도 긍정적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한-아세안 파트너십이 정부, 민간 또는 학계를 넘어 계속 확대하기를 희망한다.

한-아세안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의 참여가 절실한데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참여는 더욱 필요하다.

[한-아세안 협력 30년] ⑤아세안 석학 "한반도와 아세안 한 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