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칼슈타트 주민들 "자기모순"…조부도 희망 찾아 미국행
"부끄럽다" 獨 트럼프 조부 고향서도 인종차별 발언에 '한숨'
"그 사람이 이쪽 혈통인 게 슬프네요.

개인적으로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부모가 태어난 독일 남서부의 작은 마을 칼슈타트(Kallstadt)에서 여행자 숙소를 운영하는 한 여성은 이같은 말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해 "네 나라로 돌아가라"로 한 말을 놓고 트럼프 선조 마을인 칼슈타트 주민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민 1천200명의 작은 마을인 칼슈타트는 포도농장으로 유명한 보수적인 마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부인 프리드리히 트럼프는 이곳에서 태어나 10대 때 고향을 떠났다.

이곳 주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으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자신의 뿌리를 잘 돌아보라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칼슈타트 시장(mayor)인 토마스 야보렉은 이 신문에 "조상의 볼품없는 고향을 보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는 다른 독일 사람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별 관심이 없다면서 그가 만일 이곳을 찾게 된다면 이민과 시민권, 소속감과 관련해 생각을 바꿔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마을의 한 여성단체 회장인 베아트릭스 리데도 "모든 이가 어딘가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그저 나라를 떠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리데는 이어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자기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을 미국인들이 선출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부끄럽다" 獨 트럼프 조부 고향서도 인종차별 발언에 '한숨'
트럼프 대통령의 조부인 프리드리히는 1869년 이 마을에서 작은 포도밭을 갖고 있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프리드리히는 처음에는 이웃 마을 이발소에서 일했고, 이후 자기 마을에 이발소를 열었지만, 미리 자리 잡고 있었던 다른 이발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가 궨다 블레어는 2001년 출판한 "트럼프들: 제국을 일군 3대'(The Trumps: Three Generations That Built an Empire)라는 책에서 당시 프리드리히의 암울한 현실을 소개했다.

블레어는 책에서 "그는 그 마을에서 질식할 것만 같은 기회의 결핍에 둘러싸여 있었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한 기회가 없어 앞날이 음울하고 힘겨우며 가난하리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썼다.

미국 이민으로 탈출구를 찾은 그는 1885년 16살의 나이로 미국에 도착했고, 숙박과 식당 사업으로 돈을 모았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같은 마을 여성과 결혼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뒤 트럼프 가문이 본격적인 부동산 재벌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았다.

당시 미국에 지금과 같은 강경한 이민정책이 있었더라면 그는 미국에 체류할 수 없었을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칼슈타트 지역 의회의 사민당 소속 의원인 코넬리아 세이들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동력을 공급한 엔진이었다며 "독일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인종차별적 트윗이 나온 후 이 마을 몇몇 주민들은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면 환영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WP는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