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마니아인 김모씨(34)는 최근 고음질의 FLAC(free lossless audio codec)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에 가입했다. MP3 음원으로 들을 땐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던 오케스트라 현악기의 울림을 잡아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음원 서비스 플랫폼들이 FLAC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고음질 음원을 찾는 이용자가 늘면서다. FLAC 전용관을 마련하고 고음질 음원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들도 고음질 음원 전용 플레이어와 헤드폰, 이어폰 등을 선보이고 있다.
FLAC 음원 서비스·요금제 속속

FLAC는 16비트(bit) 이상의 고음질 음원을 의미한다. 보편적인 MP3 음원은 용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음원 손실이 크다. 여러 음이 동시에 들리면 서로 뭉쳐 음색이 잘 표현되지 않기도 한다. 반면 FLAC 음원은 원음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다. FLAC 음원은 다시 24bit, 16bit 등으로 세분화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정교하게 음을 표현한다. 대신 FLAC 음원은 용량이 평균 9MB(메가바이트) 수준인 MP3보다 최대 26.6배 크다.

지니뮤직은 최근 24bit FLAC 음원을 모아 제공하는 ‘프리미어관’을 열고 전용 요금제인 ‘리얼지니팩’을 내놨다. 24bit FLAC 음원을 데이터 걱정 없이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24bit FLAC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건 지니뮤직이 처음이다. 그동안 16bit FLAC 음원은 스트리밍으로 듣고, 24bit FLAC 음원은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지난해 음원 스트리밍 건수가 다운로드의 21배에 달했다”며 “고음질 음원 수요가 높아지고 스트리밍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니뮤직은 연내 FLAC 음원을 24만 곡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FLAC 음원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건 지니뮤직만이 아니다. 고음질 음원 서비스를 가장 먼저 내놓은 건 벅스뮤직이다. 2009년 ‘슈퍼사운드’를 내세우며 FLAC 음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 음원 플랫폼 중 가장 많은 1000만 곡의 FLAC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 멜론은 2013년 FLAC 음원을 제공하는 ‘원음 전용관’을 내놨고, 2017년엔 ‘멜론 하이파이(Hi-Fi)’로 개편했다. 플로는 이달부터 플레이리스트 형식으로 FLAC 음원을 제공한다.

수천만원짜리 기기 수십만원대로

음원 플랫폼이 FLAC 음원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로 용량이 큰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FLAC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고음질 음원을 지원하는 하드웨어가 보편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24bit FLAC 음원을 MP3로 들으면 여전히 MP3 수준의 소리밖에 못 듣는다. 전용 하드웨어가 필수라는 뜻이다. 벅스뮤직 관계자는 “4~5년 전만 해도 고사양 음향기기가 수천만원이 넘었지만 요즘엔 수십만원 선에서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니와 드림어스컴퍼니(아이리버), 젠하이저 등도 고음질 음원 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소니의 ‘시그니처’, 드림어스의 ‘아스텔앤컨’ 등은 고음질 음원 전용 하드웨어 브랜드다.

고음질 음원을 즐길 수 있는 휴대폰도 있다. LG전자는 ‘V30’부터 24bit FLAC 음원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