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유튜버' 변신한 박일환 前 대법관 "3분 이내로 제작…길게 말하는 법관 버릇 고쳤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딸·손녀 응원에 작년 말 '용기'
'차산선생 법률상식' 입소문
편당 8시간 공들여 자력 제작
'차산선생 법률상식' 입소문
편당 8시간 공들여 자력 제작
“회사 밖에서라도 ‘회사 그만둘 거야’라는 발언은 삼가야 합니다. 홧김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퇴직발령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민법상 효력이 있다고 본 거죠.”
구독자 2만5000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 법률상식’의 영상 한토막이다. 이 채널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률 상식과 법조계 역사를 설명해주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운영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68·사진)다.
박 전 대법관이 유튜버로 새 면모를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거창한 카메라나 장비도 없고, 도와주는 이도 없었다. 그는 지금도 혼자서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타이머를 맞춘 뒤 3분에 걸쳐 준비한 원고를 읽는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의 조회 수는 최대 3만 건에 이른다.
박 전 대법관을 유튜버로 만든 건 딸과 손녀였다. 싱가포르에서 회사 사장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던 딸이 그에게 “아버지도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어린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나오는 영상을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을 낸 것도 한몫했다.
유튜버 이름은 자신의 호인 ‘차산’을 넣은 ‘차산선생’으로 정했다. 그렇게 ‘구독자 1000명만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유튜버 활동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구독자가 급증했다. 대부분은 일반인이지만, 로스쿨 학생과 초임 변호사도 적잖게 구독한다. 법률 상식뿐 아니라 특허법원의 역사, 영장실질심사제도와 같은 심층적인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영상 하나를 제작하는 데는 평균 8시간이 걸린다. 소재를 찾는 일이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다. 박 전 대법관은 “각종 언론보도와 판례집을 보면서 ‘거리’를 찾는다”며 “일단 소재를 찾고 나면 이후부터 영상을 제작하는 건 쉽다”고 설명했다.
영상 한 편의 길이는 3분을 넘기지 않는다. 어려운 소재를 다루다 보니 길어지면 젊은이들이 흥미를 잃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법관 시절 말을 길게 하는 게 습관처럼 배어 있어서 쉽지는 않았다”며 “3분 안에 얘기하지 못한 건 또 다른 3분짜리 영상에서 얘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자 마음이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차산선생 채널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여기가 댓글 청정구역인가요?’라는 댓글이다. 박 전 대법관이 법조인이다 보니 함부로 악플을 달았다간 고소 당할지 모른다는 농담에서 비롯됐다. 그는 “여러 신조어로 이뤄진 댓글을 보다 보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댓글로 올라오는 각종 문의와 요청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유튜버 활동을 할 생각이다. 그는 “구독자를 더 늘려야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영상으로 올려야겠다는 마음은 갖고 있다”며 “법원 조직 또는 법 체계와 관련한 각종 소견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나둘씩 꺼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구독자 2만5000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 법률상식’의 영상 한토막이다. 이 채널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률 상식과 법조계 역사를 설명해주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운영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68·사진)다.
박 전 대법관이 유튜버로 새 면모를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거창한 카메라나 장비도 없고, 도와주는 이도 없었다. 그는 지금도 혼자서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타이머를 맞춘 뒤 3분에 걸쳐 준비한 원고를 읽는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의 조회 수는 최대 3만 건에 이른다.
박 전 대법관을 유튜버로 만든 건 딸과 손녀였다. 싱가포르에서 회사 사장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던 딸이 그에게 “아버지도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어린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나오는 영상을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을 낸 것도 한몫했다.
유튜버 이름은 자신의 호인 ‘차산’을 넣은 ‘차산선생’으로 정했다. 그렇게 ‘구독자 1000명만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유튜버 활동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구독자가 급증했다. 대부분은 일반인이지만, 로스쿨 학생과 초임 변호사도 적잖게 구독한다. 법률 상식뿐 아니라 특허법원의 역사, 영장실질심사제도와 같은 심층적인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영상 하나를 제작하는 데는 평균 8시간이 걸린다. 소재를 찾는 일이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다. 박 전 대법관은 “각종 언론보도와 판례집을 보면서 ‘거리’를 찾는다”며 “일단 소재를 찾고 나면 이후부터 영상을 제작하는 건 쉽다”고 설명했다.
영상 한 편의 길이는 3분을 넘기지 않는다. 어려운 소재를 다루다 보니 길어지면 젊은이들이 흥미를 잃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법관 시절 말을 길게 하는 게 습관처럼 배어 있어서 쉽지는 않았다”며 “3분 안에 얘기하지 못한 건 또 다른 3분짜리 영상에서 얘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자 마음이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차산선생 채널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여기가 댓글 청정구역인가요?’라는 댓글이다. 박 전 대법관이 법조인이다 보니 함부로 악플을 달았다간 고소 당할지 모른다는 농담에서 비롯됐다. 그는 “여러 신조어로 이뤄진 댓글을 보다 보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댓글로 올라오는 각종 문의와 요청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유튜버 활동을 할 생각이다. 그는 “구독자를 더 늘려야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영상으로 올려야겠다는 마음은 갖고 있다”며 “법원 조직 또는 법 체계와 관련한 각종 소견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나둘씩 꺼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