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회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낮추는 첫 번째 요인은 실적 부진이다. 하반기 대규모 등급 강등 예고는 상반기 부진을 거듭했던 상장사 실적이 3분기에도 반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대상 종목의 실적 추정치를 줄줄이 낮추면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컨센서스가 있는 216곳의 3분기 영업이익 실적추정치 합계는 총 32조4016억원으로, 3개월 전 추정치(37조1100억원)보다 12.7% 감소했다. 1개월 전 추정치(34조4548억원)에 비해서도 7.2% 줄었다.

반도체 업종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조사대상 상장사 가운데 SK하이닉스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 감소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8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조9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6%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석유화학 업종도 실적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OCI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5% 떨어진 44억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46.5%)과 대한유화(-44.4%) 등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HDC현대산업개발(-16.1%) 등 건설 업종도 실적 전망이 어둡다.

일본과의 무역마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장사의 실적 반등 시점이 3분기 이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분기 바닥을 치고 3분기부터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기대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