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최신 트렌드 알리는  폴더의  판매사원 '폴더크루'
SNS로 최신 트렌드 알리는 폴더의 판매사원 '폴더크루'
“우리 신발 신은 사진을 인스타에 좀 올려주세요.”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신발 편집숍 ‘폴더(Folder)’의 대구 동성로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A씨. 1만1000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그는 신발 브랜드로부터 이런 요청을 자주 받는다. 신발을 신은 A씨의 사진을 보고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이 올라간 후엔 해당 브랜드 매출도 늘어난다.

전국 40개 폴더 매장에선 350여 명의 판매사원이 일한다. 이들은 ‘폴더크루(Foldercrew)’로 불린다. 물건만 팔지 않는다. 100개에 가까운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채널에서 ‘핫 아이템’을 알리는 마케터 역할을 한다. 팔로어 수를 모두 합하면 5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폴더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BC마트의 19년 아성에 ‘도전’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휠라 등의 브랜드를 한곳에서 판매하는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은 지난 19년간 일본 ABC마트의 독무대였다. 2002년 한국 영업을 시작한 ABC마트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2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토종 신발 편집숍 폴더가 ABC마트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사업을 시작한 2012년 5개 매장에서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7년 만인 지난해에는 40개 매장, 1300억원으로 외형을 키웠다. 향후 목표는 더 공격적이다. 올해 1500억원, 2021년 2500억원, 2023년 7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통해 ABC마트와 ‘양강(兩强)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는 신발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슈펜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600억원이다. 두 브랜드를 합하면 매출 규모가 3000억원대로 불어난다. 이랜드 관계자는 “폴더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 ABC마트를 추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는 서울 명동 강남역 홍익대 신촌 건국대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전국 상권에서 ABC마트와 격돌하고 있다. 지난 5월 폴더의 진격을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폴더 명동점의 월 매출이 20억원을 넘어선 것. 신발 편집숍 단일 매장으로는 최대였다. ABC마트의 대표 매장인 명동중앙점 메가스테이지의 월 매출 기록(17억원 안팎)을 넘어섰다.

‘별주’(별도 주문) 전략…단독상품 확대

폴더의 급성장은 상품 경쟁력이 있어 가능했다. 폴더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메가 브랜드에 집중해 상품을 구성하는 전략에서 벗어났다.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소재와 색상으로 제품을 별도 주문해 ‘폴더 온리’ 상품군을 확대했다.

보통 신발 편집숍을 운영하는 기업의 상품기획자(MD)들은 각 브랜드 연구개발(R&D) 센터를 찾아가 이미 개발해 놓은 상품을 가져온다. 폴더의 MD들은 달랐다. 브랜드와 협업해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폴더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색상과 디테일을 역제안하는 방식으로 협업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휠라와의 협업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당시 휠라는 ‘1020 세대’를 겨냥한 스니커즈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었다. 폴더는 그동안 축적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휠라에 제공했다. 당시 코트화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흰색의 ‘코트디럭스’는 대박이 났다. 이후 어글리슈즈가 유행할 조짐을 보이자 휠라의 기존 모델인 레이, 콘코스 등을 변형한 상품을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