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사상적 뿌리이자 ‘정한론’(조선침략) 주창자
외신간담회 빌어 일본 국민과 정부 겨냥한 메시지
정부 핵심 관계자는 17일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부당성을 알리는 간담회에서 일본 우익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요시다 쇼인과 일본 메이지유신의 단초가 된 ‘사쓰마(薩摩)-조슈(長州) 동맹’을 거론하며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건설적인 방식으로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며 “특히 일본이 ‘레이와’ 시대의 새로운 시대를 선포한 데 비추어 볼 때 건설적인 대화로 수출 통제와 대법원 판결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시다 쇼이과 다가스키 신사쿠(高杉晉作)를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신조 총리와 그의 아버지(아베 신타로)가 한자 ‘신’(晉,일본어 발은은 신)을 공유하고있는 요시다 쇼인과 타카스키 신사쿠가 오늘 생존했다면 양국 간의 미래 지향적 협력에 대한 나의 평가에 동의 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요시다 쇼인은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일본 보수우익의 정신적 뿌리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베 총리의 고향이자 8번이나 국회의원을 당선시켜준 야마구치현 출신이다. 다가스키 신사쿠는 요시다 쇼인의 수제자이며 도쿠가와 막부 타도에 선봉에 서서 메이지 유신을 여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역시 아베와 동향인 야마구치 출신이다.
두 사람 중 요시다 쇼인은 ‘조선을 정벌해야한다’는 정한론을 최초로 주창, 일본의 팽창주의를 촉발한 인물이다. 요시다 쇼인은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해 일본이 강제로 개항당한 후 미국과 일본이 불평등조약을 맺게 되자 “서양과의 조약에서 본 손해는 조선과 만주를 취해서 보상받아야 한다”며 정한론을 일본 우익 인사들에게 심어줬다. 아베는 평소 요시다 쇼인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내세우며 요시다 쇼인이 강조한 ‘지성(至誠)’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해외 언론에는 생소한 ‘사쓰마-조슈 동맹’도 등장했다. 이 관계자는 “메이지 시대에 서방 세계와의 접촉 및 시장 자유화 조치를 통해 일본은 오늘날 경제 산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뤘다“며 “한국도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개발동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 국민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예를 든다면 과거 19세기 사쓰마와 조슈가 협력했던 것처럼 한국과 일본도 협력해 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기술과 혁신에서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쓰마는 현재의 구마모토현이며 조슈는 아베 총리의 고향인 현 야마구치다. 두 지역은 막부시절 앙숙 관계였으나 도쿠가와 막부 타도를 위해 막판 동맹을 결성해서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냈다. 당시 사쓰마 출신 유명 인사로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주인공이자 정한론을 외쳤던 사이고 다카모리가 있다. ‘삿쵸 동맹’ 인사들은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정부 요직을 장악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가 해외 언론에 생소한 요시다 쇼인과 ’사쓰마-조슈 동맹‘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아베와 아베 정부 인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들을 언급함으로써 현재 행해지고 있는 경제보복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사실상 일본 언론과 국민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얘기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