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의 모바일 '하나원큐 신용대출' 시연 모습.
KEB하나은행의 모바일 '하나원큐 신용대출' 시연 모습.
'현금이 없는데 경조사비를 내야할 때' '월급날 전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대출이 인기다. 소득정보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소액 대출을 할 수 있어 20~40대 젊은 층의 이용률이 높다. 인터넷은행이 개척한 시장에 시중은행도 뛰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에 취급되는 모바일 대출 상품은 50여종에 달한다. 구체적인 여신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바일 대출은 간단한 본인 인증만으로 최대 3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소액 대출부터, 소득 증명을 통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 대출까지 다양하다. 소액 대출의 경우 컵라면이 익는 시간에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컵라면 대출' 또는 '1분 대출'이라 불리기도 한다.

모바일 대출은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선보이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1위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역할이 컸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인 2018년 말 여신 규모가 1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연 3.29% 금리로 최대 3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비상금대출'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카카오뱅크의 비상금대출은 은행들이 사용하는 금융거래 정보가 아닌 통신사 신용등급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소득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출을 받아도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고 평균 처리시간이 60초에 불과해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이자가 연 10% 이상이다.

4대 시중은행도 모바일 대출에 적극적이다. 20~40대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그룹 내 대출 상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인터넷은행의 모바일 대출과 직접 경쟁 중이다.

신한은행은 계열사 전체 상품을 골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대출마당'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이달 초 'KB 이지대출'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은행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의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은행이 지난 11일 선보인 '우리비상금대출'은 이통통신사 관련 기록만 있으면 최저 3.84% 금리로 최대 3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비상금대출과 유사하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선보인 '하나원큐 신용대출'은 회원 가입(로그인 포함) 없이 대출이 가능해 출시 한 달 만에 대출 3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출의 문턱을 낮추면서 무분별한 대출로 연체율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액 신용대출 상품의 연체율은 평균 2~3% 가량으로 0.5%에 머무는 전체 대출 연체율과 비교해 4배 이상 높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대출은 금융거래 내역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이나 중신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만큼 일반 대출 대비 연체율이 높은 편"이라면서도 "100만원 이하 소액 비중이 높은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