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회장, 비서 성추행 이어 가사도우미 성폭행…"일본서 음란물 구해와"
DB그룹(옛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피해자 가족 측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성폭행 혐의 고소장을 지난해 1월 접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가사도우미로 일한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김 전 회장을 고소한 지난해 1월, 김 회장은 이미 여성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혐의를 수사하던 중 성폭행 혐의가 추가로 고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전 회장의 성추행 혐의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 고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5월 비서 성추행 건과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 모두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회장이 지난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현재까지도 미국에 체류 중이다.

경찰은 외교부와 공조해 김 전 회장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기도 했다.

자신을 A씨의 자녀라고 밝힌 B씨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 전 회장을 법정에 세워달라'는 글을 올렸다. 김 전 회장을 하루 빨리 체포해 수사해 달라는 호소다.

B씨는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저지른 행동과 관련해 "수개월 동안 외국에 다녀온 김 전 회장은 일본의 음란물 비디오와 책을 구입해 왔고, 고용인을 시켜 TV에 음란물을 볼 수 있게 장치해 시청했다"며 "어머니(A씨)가 일을 하고 있어도 거리낌 없이 음란물을 보려고 TV를 켜려고 해서 어머니는 밖에 나가 있다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회장은)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 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 거야'라는 사회지도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관을 담은 말들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결국 추행과 함께 수위를 더해 거듭하다 김 전 회장은 차마 제 손으로는 적을 수 없는 그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성폭행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의 범행은 그 후로도 수 회에 거듭해 일어났다"며 "어머니는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이렇게 당하고만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김 전 회장의 언행들을 녹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B씨는 또 김 전 회장 측이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배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합의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회장은)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 그러면서 하수인을 통해 계속 합의를 종용해왔다"고 했다.

B씨는 "저희 가족이 바라는 건 단 한 가지다. 가족의 일상을 파괴한 김 전 회장이 본인 말대로 그렇게 떳떳하다면 합의하자는 말을 하지 말고, 핑계를 대지 말고, 즉시 귀국해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김 전 회장을 체포해 주셨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주장에 김 전 회장 측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서로 합의된 관계였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 이미 합의금을 건넸으나 거액을 추가 요구받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해고당할 시점에 생활비로 220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며 반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