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가루티 쉐이크쉑 CEO, 공원 한쪽에 핫도그 카트로 시작…시총 3조원 쉑쉑버거 키운 열정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좋은 재료 써 '뉴욕 명물 버거' 입소문
외식업계서 잔뼈 굵어
고급 식재료 구하려 인맥 총동원
방송보다 SNS로 입소문
외식업계서 잔뼈 굵어
고급 식재료 구하려 인맥 총동원
방송보다 SNS로 입소문
미국 뉴욕의 공원 한쪽에 마련한 핫도그 카트로 시작했다. 여름철 임시 영업용이었던 작은 카트를 18년 만에 시가총액 28억달러(약 3조원) 기업으로 키웠다. ‘줄 서서 먹는 햄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의 랜디 가루티 최고경영자(CEO·43) 얘기다.
2004년 첫 가게를 연 쉐이크쉑은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을 비롯한 세계 16개국에서 24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매장 아홉 곳이 있다. 이달 초 부산 서면에 새 매장을 열었다. 가루티 CEO는 쉐이크쉑의 사업 구상부터 운영, 해외 진출 등을 두루 이끈 경영자다. 2012년부터는 CEO를 맡고 있다.
“외식업계 열정맨”
가루티 CEO는 창업 전부터 외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어린 시절부터 식당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일거리를 찾았다. 열세 살엔 뉴저지의 한 베이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고, 열일곱 살 땐 근처 컨트리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외식업계 명문으로 꼽히는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다니는 동안에도 근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꾸준히 아르바이트했다.
그러다 23세 때 중요한 멘토를 만났다. 뉴욕 유니언스퀘어 카페를 비롯해 유명 식당 수십 개를 운영하고 있던 대니 마이어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탤러티그룹(USHG) 창립자 겸 회장이다. 당시 일하던 식당 주인이 마이어 회장을 두고 ‘이런 사람을 만나보면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한 게 계기였다.
시애틀에 있던 가루티 CEO는 뉴욕까지 가서 마이어 회장과 면담을 요청했고, 45분간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 마이어 회장은 가루티 CEO의 열의를 눈여겨봤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루티 CEO는 외식업계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치는 사람으로 보였다”며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 전부를 합쳐도 가루티 CEO의 손가락 하나에 담긴 것만 못할 것 같았다”고 평했다. 약 2년 뒤인 2001년 마이어 회장은 가루티 CEO에게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지만 믿어보겠다”며 ‘테이블’이란 유명 레스토랑의 지배인 자리를 맡겼다. 고품질 패스트푸드로 성공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경쟁한다”는 가루티 CEO의 신조다. 2001년 뉴욕 매디슨스퀘어파크에 연 핫도그 카트를 정식 프랜차이즈로 키운 것도 이 덕분이었다. 공원 활성화를 위해 여름 한철 영업하는 카트였지만 좋은 재료를 쓰려고 식당과 식재료 업체 인맥을 동원했다. 이 덕분에 핫도그 카트는 지역 명물로 떠올랐다. 가루티 CEO와 마이어 회장은 이를 매장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메뉴에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더해 2004년 쉐이크쉑을 창업했다.
가루티 CEO는 쉐이크쉑을 ‘파인 캐주얼’ 성향의 식당으로 만들었다. 파인 캐주얼은 고급 외식업을 뜻하는 ‘파인 다이닝’과 사람들이 평소 편히 접할 수 있는 ‘캐주얼 패스트푸드’를 합친 말이다. 이를 위해 쉐이크쉑은 호르몬과 항생제를 쓰지 않는 통살 고기, 신선한 채소 등을 재료로 쓴다. 버거에 들어가는 커스터드 소스나 아이스크림은 매일 새로 만들어 사용한다. “메뉴를 개발할 때도 USHG가 운영하는 여느 고급 음식점에서 하는 방식대로 원재료의 맛을 살리려 애쓴다”는 게 가루티 CEO의 설명이다.
쉐이크쉑은 이야기를 더한 마케팅에도 힘쓴다. 통상적인 TV 광고 등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가루티 CEO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햄버거나 핫도그는 누구나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흔한 음식”이라며 “이런 제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일부러 매장을 찾아오게 하고, ‘내가 쉐이크쉑에서 버거를 먹고 있어’라고 SNS에 자랑하게 만들 수 있는 브랜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쉐이크쉑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바인, 핀터레스트, 텀블러 등 각종 SNS 채널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쉐이크쉑 버거를 먹는 게 멋지고 즐거운 일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협업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엔 유명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을 기념한 셰이크와 버거 세트메뉴를 내놨다. 사람들이 이 세트를 주문할 땐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고대어를 쓰게 하고, 이를 정식 메뉴판에 넣는 대신 ‘비밀 메뉴’라며 SNS에서 입소문을 타게 해 인기를 끌었다.
직원 복지에도 힘써
쉐이크쉑의 경영 이념은 ‘좋은 것을 추구한다’이다. 기업 활동을 통해 좋은 제품, 좋은 기업,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쉐이크쉑은 이직률이 높은 외식업계에서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근무 조건을 높였다. 작년 기준 뉴욕 매장 종업원 최저임금은 시간당 12.50달러로 시간당 최저임금(7.25달러)이나 미국 전체 평균(9.50달러)보다 높다. 2015년 1월 뉴욕증시에 상장할 당시엔 정규직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비정규직 직원도 특가에 주식을 살 수 있게 했다.
최근엔 미국 일부 매장에서 주 4일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원하는 직원들은 급여와 복리후생에 변동 없이 주 4일만 일하면 되는 제도다. 육아에 시달리는 부모 직원이나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하고 싶어 하는 직원 등이 주로 선택한다. 가루티 CEO는 CNBC에 “직원이 행복해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쉐이크쉑은 최고의 팀을 갖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외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휴일 없이 1주일 내내 일한다는 통념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2004년 첫 가게를 연 쉐이크쉑은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을 비롯한 세계 16개국에서 24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매장 아홉 곳이 있다. 이달 초 부산 서면에 새 매장을 열었다. 가루티 CEO는 쉐이크쉑의 사업 구상부터 운영, 해외 진출 등을 두루 이끈 경영자다. 2012년부터는 CEO를 맡고 있다.
“외식업계 열정맨”
가루티 CEO는 창업 전부터 외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어린 시절부터 식당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일거리를 찾았다. 열세 살엔 뉴저지의 한 베이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고, 열일곱 살 땐 근처 컨트리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외식업계 명문으로 꼽히는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다니는 동안에도 근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꾸준히 아르바이트했다.
그러다 23세 때 중요한 멘토를 만났다. 뉴욕 유니언스퀘어 카페를 비롯해 유명 식당 수십 개를 운영하고 있던 대니 마이어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탤러티그룹(USHG) 창립자 겸 회장이다. 당시 일하던 식당 주인이 마이어 회장을 두고 ‘이런 사람을 만나보면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한 게 계기였다.
시애틀에 있던 가루티 CEO는 뉴욕까지 가서 마이어 회장과 면담을 요청했고, 45분간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 마이어 회장은 가루티 CEO의 열의를 눈여겨봤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루티 CEO는 외식업계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치는 사람으로 보였다”며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 전부를 합쳐도 가루티 CEO의 손가락 하나에 담긴 것만 못할 것 같았다”고 평했다. 약 2년 뒤인 2001년 마이어 회장은 가루티 CEO에게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지만 믿어보겠다”며 ‘테이블’이란 유명 레스토랑의 지배인 자리를 맡겼다. 고품질 패스트푸드로 성공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경쟁한다”는 가루티 CEO의 신조다. 2001년 뉴욕 매디슨스퀘어파크에 연 핫도그 카트를 정식 프랜차이즈로 키운 것도 이 덕분이었다. 공원 활성화를 위해 여름 한철 영업하는 카트였지만 좋은 재료를 쓰려고 식당과 식재료 업체 인맥을 동원했다. 이 덕분에 핫도그 카트는 지역 명물로 떠올랐다. 가루티 CEO와 마이어 회장은 이를 매장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메뉴에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더해 2004년 쉐이크쉑을 창업했다.
가루티 CEO는 쉐이크쉑을 ‘파인 캐주얼’ 성향의 식당으로 만들었다. 파인 캐주얼은 고급 외식업을 뜻하는 ‘파인 다이닝’과 사람들이 평소 편히 접할 수 있는 ‘캐주얼 패스트푸드’를 합친 말이다. 이를 위해 쉐이크쉑은 호르몬과 항생제를 쓰지 않는 통살 고기, 신선한 채소 등을 재료로 쓴다. 버거에 들어가는 커스터드 소스나 아이스크림은 매일 새로 만들어 사용한다. “메뉴를 개발할 때도 USHG가 운영하는 여느 고급 음식점에서 하는 방식대로 원재료의 맛을 살리려 애쓴다”는 게 가루티 CEO의 설명이다.
쉐이크쉑은 이야기를 더한 마케팅에도 힘쓴다. 통상적인 TV 광고 등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가루티 CEO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햄버거나 핫도그는 누구나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흔한 음식”이라며 “이런 제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일부러 매장을 찾아오게 하고, ‘내가 쉐이크쉑에서 버거를 먹고 있어’라고 SNS에 자랑하게 만들 수 있는 브랜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쉐이크쉑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바인, 핀터레스트, 텀블러 등 각종 SNS 채널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쉐이크쉑 버거를 먹는 게 멋지고 즐거운 일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협업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엔 유명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을 기념한 셰이크와 버거 세트메뉴를 내놨다. 사람들이 이 세트를 주문할 땐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고대어를 쓰게 하고, 이를 정식 메뉴판에 넣는 대신 ‘비밀 메뉴’라며 SNS에서 입소문을 타게 해 인기를 끌었다.
직원 복지에도 힘써
쉐이크쉑의 경영 이념은 ‘좋은 것을 추구한다’이다. 기업 활동을 통해 좋은 제품, 좋은 기업,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쉐이크쉑은 이직률이 높은 외식업계에서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근무 조건을 높였다. 작년 기준 뉴욕 매장 종업원 최저임금은 시간당 12.50달러로 시간당 최저임금(7.25달러)이나 미국 전체 평균(9.50달러)보다 높다. 2015년 1월 뉴욕증시에 상장할 당시엔 정규직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비정규직 직원도 특가에 주식을 살 수 있게 했다.
최근엔 미국 일부 매장에서 주 4일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원하는 직원들은 급여와 복리후생에 변동 없이 주 4일만 일하면 되는 제도다. 육아에 시달리는 부모 직원이나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하고 싶어 하는 직원 등이 주로 선택한다. 가루티 CEO는 CNBC에 “직원이 행복해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쉐이크쉑은 최고의 팀을 갖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외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휴일 없이 1주일 내내 일한다는 통념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