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11월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아마존 퀄컴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EU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대해 반(反)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또 반도체 칩 제조업체 퀄컴에는 경쟁법 위반 혐의로 2억4200만유로(약 32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EU, 트럼프 보복 경고에도…"아마존·퀄컴 反독점 위반 조사"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퀄컴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한 혐의를 인정해 과징금을 부과한다”며 “조사 결과 퀄컴은 경쟁사를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베이스밴드 칩을 주요 고객사에 생산비 이하 가격으로 팔았다”고 밝혔다.

전날 EU 집행위원회는 “아마존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유통사업자라는 이중 지위를 남용했는지 공식적으로 조사한다”고도 밝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아마존이 지위를 이용해 민감한 정보를 오·남용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파는 소매업자인 동시에 다른 소매업자들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영업하는 다른 소매업자들의 활동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의 상품과 거래 실태 등 정보를 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존의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EU는 아마존 연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11월 1일부터 새로운 EU 집행위가 꾸려지지만 지도부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임기 동안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IT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 등을 주도하면서 실리콘밸리 기업의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새 EU 집행위에서 수석부위원장을 맡을 전망이다.

최근 프랑스와 영국 등이 IT 대기업에 디지털세를 신설하기로 한 데 대해 미 행정부가 보복을 경고하고 나서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