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정상적 감사보수 증가, 숨고르기 필요하다
올해부터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됐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로 인해 외부감사 비용이 늘어나 기업 부담이 크다는 불만이 많이 나온다. 표준감사시간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새로운 제도가 한꺼번에 시행되면서 회계 관련 비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는 그동안 감사보수가 낮았던 데서 원인을 찾는다. ‘비정상의 정상화’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 한다. 미국의 감사보수가 한국의 8~22배라며 일부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감사보수는 너무 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업계가 국가 간 감사보수를 비교하면서 소득 수준이나 서비스 질의 차이는 언급하지 않고, 오직 보수 격차만 강조하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감사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하려면 국가 간 서비스의 질이 같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련 논문과 통계자료 어디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런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간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본질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을 통해 국가 간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빅맥지수’가 의미있는 이유는 세계 맥도날드의 빅맥 품질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회계업계의 통계자료는 국가 간 소득 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명목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2위다. 미국의 8%, 일본의 31% 수준이다. 국가별 1인당 명목GDP를 봐도 한국은 26위로 미국의 50%, 일본의 77%에 불과하다. 소득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감사보수를 비교하면 보수 차이가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대비 올해 상장회사 감사보수가 18.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상장협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실제 감사보수 상승폭은 감독원 조사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기적 지정제가 본격화되는 2020년부터는 급격한 감사보수 상승으로 인한 기업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외감법 논의 과정에서 기업들은 감사보수 급등을 우려하며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가폭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도입 첫해부터 기업의 과도한 부담이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지정감사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정감사보수를 과도하게 제안할 수 없도록 지정감사보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회사와 감사인 간 지정감사보수 수준에 관해 의견 충돌이 있으면 당국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신외감법이 도입 취지를 살리면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업, 감사인, 당국의 고민과 숨고르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