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유럽 사회에 만연한 반유대주의는 예술적 동지이자 절친인 쇤베르크와 미술가 바실리 칸딘스키를 갈라놨다. 유대인을 ‘사탄에 사로잡힌 민족’이라고 언급한 칸딘스키를 향해 쇤베르크는 일갈한다. “반유대주의가 폭력적인 행위 말고 어디로 이어질 것 같소? 당신은 유대인의 권리를 박탈하면 속이 시원하겠지. 그렇다면 아인슈타인도, 말러도, 나도, 그 외 다른 많은 사람도 싹을 잘라 버려야 할 거요.”
《1918》은 1차 세계대전 종전을 전후해 역사의 중심부 또는 주변부에서 혼돈의 세월을 살아낸 25명의 삶을 좇는다. 저자인 다니엘 쇤플루크 베를린자유대 역사학과 교수는 베를린, 런던, 모스크바, 콘스탄티노플, 시리아, 인도 등 세계를 무대로 정치가, 군인, 예술가, 혁명가, 언론인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차례차례 불러낸다. 쇤베르크도 그중 한 명이다. 1920년대 12음기법과 무조음악을 정립해 현대음악의 혁명을 일으킨 쇤베르크는 노골화하는 반유대주의를 피해 1933년 독일을 떠난다. 파리에서 유대교로 다시 개종한 뒤 미국으로 피신한다.
저자는 새로운 이념과 희망, 꿈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시기에 자신의 운명을 열어나가려고 분투한 이들의 삶을 빠르게 교차하며 보여주는 영화적 구성으로 100년 전 파란과 격동의 시대상을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각계각층의 굴곡진 삶들이 주는 감동을 시대의 교훈과 함께 담아낸 독특한 역사서다. (유영미 옮김, 열린책들, 344쪽, 1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