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카드사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A씨는 위염이 자주 발생한다. 불규칙한 식사 때문이다. 이 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사 350여 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교대로 점심식사를 한다. 아침을 못 먹고 출근한 날은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첫 끼를 먹는 일도 있다. 자칫 상담이 길어지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많다.

국내 카드사 보험사 은행 등 금융권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3시에 걸쳐 교대로 점심식사를 해 소화장애 등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4개사 고객센터는 지난해 4월 ‘점심시간 오프제’를 도입했다. 통신업계와 같이 금융업계 고객센터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통신사가 도입한 점심시간 오프제는 성공적이란 평가다. 상담사들은 규칙적인 시간에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용자의 폭언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점심시간 상담 중단에 따른 민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KT 기준으로 현재까지 단 두 건에 그쳤다. 점심시간 오프제 도입을 제안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사진)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통신사 고객센터 직원들로부터 수십 통의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통신업계 고객센터는 이달 초 일반 상담사에게만 적용하던 점심시간 오프제를 전문 상담사로 확대했다. 전문 상담사 가운데 가입·해지 전문 상담사들이 대상이다. 분실·장애 전문 상담사들은 기존 2교대를 유지한다. 통신사들은 점심시간에 전화한 이용자에게 오후 1시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전화해 상담하는 콜백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이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 시범적으로 3개월 시행한 뒤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많은 상담사가 위염 등 소화장애와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점심시간을 보장하면 직원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함께 식사할 수 있어 워터쿨러 효과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란 회사 내에 물 커피 등을 마시며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꾸며 근로자 간 의사소통과 협업, 건전한 조직문화 등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