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리고, 성장률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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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금리 0.25%P 전격 인하
8개월 만에 긴축서 완화로
경기 급속 둔화에 앞당겨
'일본發 쇼크' 선제 대응도
8개월 만에 긴축서 완화로
경기 급속 둔화에 앞당겨
'일본發 쇼크' 선제 대응도
한국은행이 1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여파 등으로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으며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1.7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한은은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8개월 만에 ‘긴축’에서 ‘완화’로 전격 돌아선 것이다.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지난달 예고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8월로 전망했다. 한은이 인하 시점을 전격적으로 앞당긴 것은 경제가 그만큼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고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수정한 성장률 전망치는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하향 조정한 수치(2.6~2.7%→2.4~2.5%)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 2.2%가 현실화하면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해 “국내 실물경제 성장세는 약화됐고 설비·건설투자 부진이 심화됐다”며 “수출과 투자가 당초보다 부진하고 낙관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가 경제성장 등 거시경제 평가에 부분적으로 반영됐다”며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수출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은 실물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금리를 낮춰 정책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긴 했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대응할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하강·日보복에 '저성장 공포'…10~11월 추가 금리인하 할듯
18일 오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불과 3~4분 만에 코스피지수가 10포인트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4원가량 치솟았다. 금리 인하가 시장이 예상치 못한 ‘깜짝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당초 이달 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내리면 한은이 8월 또는 10월에 뒤따르는 수순을 예상했다. 하지만 한은은 오히려 Fed보다 한발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취임한 2014년 이후 한은이 Fed보다 먼저 금리 방향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현재 경기 상황과 한국을 둘러싼 대외 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례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3%포인트나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2%)는 한국이 본격적으로 산업화에 나선 1960년대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2차 석유파동 당시였던 1980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고하는 동시에 정부에 강력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금리 인상 8개월 만에 급선회…왜?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린 것은 그동안 줄곧 고수했던 ‘하반기 회복론’이 물 건너갔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의 지난 5월 31일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을 보면 ‘수출과 설비투자가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4월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도 그동안 수차례의 기자간담회 등에서 반도체 업황 등이 2분기를 바닥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하반기 회복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선 수출·투자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심화된다”며 “건설투자 조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한은은 수출·투자 부진에도 줄곧 통화정책방향에 “국내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부근에 있다”는 표현을 고집했는데 이번 발표문에선 이마저도 포기했다.
대외적으론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 지연 등을 우려 요인으로 언급했는데 이번 경기전망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을 새로운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추가했다. 당초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수출 부진, 무역분쟁 등 기존 대내외 우려 요인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새로운 초대형 악재까지 얹힌 셈이다.
한은은 한국의 경제 구조 변화도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봤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잠재성장률(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은 2.5~2.6%로 조정했다.
4분기 금리 추가 인하 유력
한은이 국내 경기에 대해 예상보다 강한 우려를 나타냄에 따라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정도 더 인하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총재도 추가 인하 의지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 회복을 좀 더 뒷받침할 상황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방향도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실물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점, 주택 가격(상승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 전문가들도 10월이나 11월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내린 것은 조만간 한 차례 더 인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며 “연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을 보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며 “4분기 중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고경봉 기자 lovepen@hankyung.com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1.7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한은은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8개월 만에 ‘긴축’에서 ‘완화’로 전격 돌아선 것이다.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지난달 예고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8월로 전망했다. 한은이 인하 시점을 전격적으로 앞당긴 것은 경제가 그만큼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고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수정한 성장률 전망치는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하향 조정한 수치(2.6~2.7%→2.4~2.5%)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 2.2%가 현실화하면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해 “국내 실물경제 성장세는 약화됐고 설비·건설투자 부진이 심화됐다”며 “수출과 투자가 당초보다 부진하고 낙관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가 경제성장 등 거시경제 평가에 부분적으로 반영됐다”며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수출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은 실물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금리를 낮춰 정책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긴 했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대응할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하강·日보복에 '저성장 공포'…10~11월 추가 금리인하 할듯
18일 오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불과 3~4분 만에 코스피지수가 10포인트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4원가량 치솟았다. 금리 인하가 시장이 예상치 못한 ‘깜짝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당초 이달 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내리면 한은이 8월 또는 10월에 뒤따르는 수순을 예상했다. 하지만 한은은 오히려 Fed보다 한발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취임한 2014년 이후 한은이 Fed보다 먼저 금리 방향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현재 경기 상황과 한국을 둘러싼 대외 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례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3%포인트나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2%)는 한국이 본격적으로 산업화에 나선 1960년대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2차 석유파동 당시였던 1980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고하는 동시에 정부에 강력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금리 인상 8개월 만에 급선회…왜?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린 것은 그동안 줄곧 고수했던 ‘하반기 회복론’이 물 건너갔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의 지난 5월 31일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을 보면 ‘수출과 설비투자가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4월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도 그동안 수차례의 기자간담회 등에서 반도체 업황 등이 2분기를 바닥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하반기 회복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선 수출·투자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심화된다”며 “건설투자 조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한은은 수출·투자 부진에도 줄곧 통화정책방향에 “국내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부근에 있다”는 표현을 고집했는데 이번 발표문에선 이마저도 포기했다.
대외적으론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 지연 등을 우려 요인으로 언급했는데 이번 경기전망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을 새로운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추가했다. 당초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수출 부진, 무역분쟁 등 기존 대내외 우려 요인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새로운 초대형 악재까지 얹힌 셈이다.
한은은 한국의 경제 구조 변화도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봤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잠재성장률(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은 2.5~2.6%로 조정했다.
4분기 금리 추가 인하 유력
한은이 국내 경기에 대해 예상보다 강한 우려를 나타냄에 따라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정도 더 인하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총재도 추가 인하 의지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 회복을 좀 더 뒷받침할 상황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방향도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을 자극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실물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점, 주택 가격(상승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 전문가들도 10월이나 11월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내린 것은 조만간 한 차례 더 인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며 “연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을 보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며 “4분기 중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고경봉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