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 보험료율은 3%였다. 5년마다 3%포인트 오르도록 설계됐지만 1989년 9%가 된 뒤 20년이 지나도록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 보험료를 내야 하는 인구는 줄고 보험금을 받는 고령인구는 증가하는 와중에 보험료율까지 묶여 있어 2057년이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립금이 사라지면 정부 재정을 끌어다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보험료율을 올렸다가 국민 반발에 부딪힐 수 있어 정부와 정치권 모두 뒷짐만 지고 있다.

과거에 보험료율 인상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12.65%로 인상할 것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4년에는 정부가 보험료율을 15.9%로 인상하려 했지만 국회에서 부결됐다.

현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편안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는 안을 보고했으나 문 대통령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복지부는 1주일 뒤 네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된 최종 개편안을 발표했다.

1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으로 2018년 45%에서 2028년 40%로 낮아질 예정)을 그대로 두는 것이고, 2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되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중 소득하위 70%에 지급)을 30만원에서 2022년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3안과 4안은 소득대체율을 각각 45%, 50%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2%, 13%로 올리는 것이다.

정부는 네 가지 개편안을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7개월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