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국민 반발 의식해 뒷짐만
현 정부 개편안도 국회서 낮잠
적립금이 사라지면 정부 재정을 끌어다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보험료율을 올렸다가 국민 반발에 부딪힐 수 있어 정부와 정치권 모두 뒷짐만 지고 있다.
과거에 보험료율 인상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12.65%로 인상할 것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4년에는 정부가 보험료율을 15.9%로 인상하려 했지만 국회에서 부결됐다.
현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편안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는 안을 보고했으나 문 대통령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복지부는 1주일 뒤 네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된 최종 개편안을 발표했다.
1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으로 2018년 45%에서 2028년 40%로 낮아질 예정)을 그대로 두는 것이고, 2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되 기초연금(만 65세 이상 중 소득하위 70%에 지급)을 30만원에서 2022년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3안과 4안은 소득대체율을 각각 45%, 50%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2%, 13%로 올리는 것이다.
정부는 네 가지 개편안을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7개월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