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법률방] 태어날 때는 괜찮았는데 '선천성 질환'이라니요?

태아보험 선천성 담보…어린이보험 제외 규정 많아
태어나자마자 발현된 질환…선천성 여부 논란

"신생아 선별검사·부모 유전자검사…선천적·후천적 질환 구분 필요"
장애인 복지법 개정…개정 전 판매된 어린이보험 확인해봐야

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 만들어진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이 미 일부 지역에서 10대 출산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갖는다는 건 부모에게 있어 하늘이 주신 선물과 같고 그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결혼의 적령기가 계속하여 늦어지고 그로 인해 출산 또한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산모가 고령일 경우 아이의 건강 및 순산에 대한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출생 후 혹시나 모를 신생아의 질병에 대비해 태아보험 가입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태아보험이란 어린이보험을 임신 중에 미리 가입하는 특약 상품입니다. 출생 직후의 사고를 담보합니다. 출생 후 어린이보험을 가입하면 되지만 태어나자마자 아플 수 있고 선천적 질병이나 기형,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고안된 상품이 태아보험입니다.

가입시기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임신 16주에서 22주사이, 손해보험사는 임신 직후에서 22주까지 가입이 가능합니다. 태아보험은 대부분 1년만기 특약으로 저체중아 입원일당, 선천성장애 관련 진단비, 기타 선천성이상 수술 입원 관련 담보로 구분됩니다.

어린이보험에서 보상을 받고자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선천성 질환, 선천적 기형과 장애에 대한 면책규정으로 인한 분쟁입니다. 어린이보험 장애특약의 약관을 살펴보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피보험자의 선천적 기형, 선천적 질환, 정신질환 및 이에 근거한 병상은 제외한다'라고 규정됐습니다. 태아보험은 선천성을 담보하지만 어린이보험은 그렇지 않은 겁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군과 B군은 올해 5세로 동일하게 38주, 정상체중, 아프가 점수(Apgar score) 1분/5분 9점으로 정상적으로 출생했습니다. 그러나 A군과 B군 모두 현재 발달장애로 근력 및 언어에 대한 포괄적 재활치료 중입니다. 장애인복지법하 뇌병변장애아, 언어장애아로 등록된 환아입니다.

A군은 출생 후 30분만에 산소포화도 저하, 청색증이 발현돼 검사결과, 폐동맥고혈압(Primary pulmonary hypertension)으로 진단됐습니다. B군 또한 산소포화도 저하로 출생당일 심방중격결손증(Atrial septal defect)으로 진단됐습니다. 폐동맥고혈압이란 심장으로부터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져 폐의 혈액순환이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심장중격결손증이란,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심방중격이 완전히 막히지 않고 구멍이 남아있는 심장기형입니다.

두 아이 모두 다행히도 1주안에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그 기간동안 뇌로 가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었으리라 예상됐습니다. 뇌 자기공명촬영(MRI)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심부핵 신호이상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태어나자마자 발현된 질환이기 때문에 '선천성질환으로 인한 발달장애'로 볼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의학적으로 출생전후로 선천성 여부를 의사가 진단내리지만 염색체 이상, 결손이나 기형을 제외한 경우에는 학자와 상황에 따라 실제사례가 서로 다릅니다. 때문에 선천적인 결함인지 후천적인 결함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선천적질환과 후천적질환이 병존하고 있음을 모두 기재하는 의사가 있고 원인에 대한 규명을 특발성(idiopathic)으로 표기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 틀렸다고 볼수 없고 진단명과 질병분류코드의 부여는 의사의 고유권한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천성 질환의 의학적, 학문적 의미는 태아 상태나 출생 과정에서 생기는 질환을 말합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지침서에서는 선천기형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구분의 일반원칙을 염색체 이상, 유전질환, 환경적 요인, 기타로 정하고 있습니다.

A군과 B군 모두 염색체에서 이상이 없었으며 부모의 유전자검사 또한 양호했습니다. 일시적 질환에 의한 뇌손상의 정황이 의심되기는 했지만, 원인 자체를 규명할 수 없는 '후천적 특발성(idiopathic) 발달장애'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정승협 제이손해사정 대표

선천성질환은 현재 4000여개가 넘고 유전학적, 생화학적 진단 방법의 발전 덕분에 계속해 새롭게 추가되고 있습니다. 단지 미숙아로 태어났다고 하여 모두 선천성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정확한 신생아 선별검사 및 부모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선천적, 후천적질환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7월 1일부로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기존 1급부터 6급까지 구분하던 방식을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두가지로 구분 변경되었습니다. 개정 전에 판매된 어린이보험에서는 구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적용할지, 현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준용할지를 먼저 살펴 보아야 합니다.

답변= 정승협 제이손해사정 대표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