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도 홍역 유행…해외여행 떠나기 전 '감염병 접종' 챙기세요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흔한 질환은 물갈이다. 음식을 잘못 먹고 설사, 구토 등을 경험하는 사람이 흔하다. 현지 풍토병에 감염되는 일도 많다. 최근에는 여행 전 백신을 맞아 감염 질환을 예방하는 등 여행 건강 설계를 위해 여행의학과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여행의학과는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예방법과 대응방안을 알려주는 곳이다. 여름 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백신 등에 대해 알아봤다.

해외 감염병 환자, 매년 500여 명

매년 500~600명 정도가 해외에서 감염병에 걸려 입국한 뒤 병원을 찾는다. 단순 여행뿐 아니다. 일이나 유학, 봉사활동을 위해 저개발국가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해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히 뎅기열, 말라리아 등 감염병에 걸린 뒤 입국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난해 해외에서 감염병에 걸린 뒤 입국한 것으로 신고된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는 597명이다. 2017년 531명보다 12.4% 늘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신고된 환자는 332명이다. 뎅기열, 홍역, 세균성 이질 순으로 환자가 많다. 올해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베트남이다. 이곳을 다녀온 뒤 홍역, 뎅기열, 파라티푸스에 감염된 환자는 81명이다. 필리핀에서 세균성 이질, 뎅기열, 홍역에 감염된 뒤 입국한 환자도 많았다. 태국, 라오스, 인도, 캄보디아도 감염질환 위험이 높은 나라로 꼽힌다.

유럽 여행도 안심할 수 없다. 올해에만 12명이 C형 간염, 홍역 등에 감염된 뒤 입국했다. 김시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여행을 할 때 같은 지역을 방문하더라도 기존 예방접종 상황, 건강상태, 기저질환 여부, 여행지에서의 활동이나 일정에 따라 필요한 예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방문 전 이런 항목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예방법을 선택하려면 여행 전 감염내과 전문의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에볼라, 메르스 등 백신 없는 질환도

해외 국가마다 다양한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에는 에볼라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1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에 있는 키부주 북부지역과 이투리주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된 사람은 2407명에 이른다. 이 중 1668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67.7%에 이른다. 에볼라는 환자 혈액, 체액 등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이다.

세계적인 홍역 유행도 계속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올해 세계 홍역환자는 지난해보다 3배 정도 증가했다. 홍역에 걸린 뒤 국내로 입국한 환자가 늘면서 올해 국내 홍역환자도 상반기 기준 168명에 이른다. 유럽과 같이 위생 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나라를 여행한 뒤 감염된 환자가 많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158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감염증(HIV)은 파키스탄에서 유행하고 있다. 소말리아, 앙골라, 에티오피아 등을 여행할 때는 폴리오를 주의해야 한다. 폴리오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인데 척추측만, 다리 변형 등의 증상이 생길 위험이 있다. 영국의 휴양지에서 스파를 즐기다가 레지오넬라증에 감염된 환자도 있다.

여행 6주 전 예방 백신 등 준비해야

해외여행을 할 때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방문할 나라나 지역의 풍토병과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감염질환을 확인해야 한다. 백신이나 예방약으로 막을 수 있는 질환이라면 여행 전 백신을 접종하거나 예방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평소 복용하던 약이 있다면 여유분을 처방받아 가져가는 것이 좋다. 해열제, 진통제, 자외선차단제, 일회용 밴드, 모기차단제, 살충제, 구급약 등도 챙기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해외여행을 할 때 음식이나 물을 주의해 섭취해야 한다”며 “활동할 때는 긴소매나 긴바지를 입고 양말 등을 신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고 성관계 등을 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대개 백신을 접종하면 2주 넘게 지나야 효과를 낸다. 감염 질환을 막기 위해 항체가 생기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백신에 따라 여러 번 접종해야 하는 것도 있다. A형 간염, 광견병 백신 등이다. A형 간염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개발도상국을 여행할 때는 가급적 A형 간염 백신을 맞아두는 것이 좋다. 남아메리카, 멕시코 등에서 한 달 넘게 체류해야 한다면 광견병 백신을 맞아야 한다. 아프리카는 국가에 따라 황열 백신을 맞아야 방문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성지순례 기간 방문자에게 수막알균 백신을 맞도록 하고 있다. 해외로 출발하기 6주 전에는 병원을 찾아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뿐 아니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위험이 높다. 유행 지역을 방문하기 2~7일 전부터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여행 시작 7일 전에는 예방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현지에서 증상 따라 적절히 대처해야

美·유럽도 홍역 유행…해외여행 떠나기 전 '감염병 접종' 챙기세요
현지에서 증상이 생기면 상태에 맞춰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혈변 증상이 있거나 열이 많이 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세균성 이질 등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참을 수 있는 수준의 설사와 구토 증상만 보인다면 물을 틈틈이 마셔야 한다. 설사와 구토는 몸속에 들어온 독소를 빼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임의로 막는 것은 해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탈수 증상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해야 한다. 설사나 구토가 너무 심하고 3일 넘게 계속된다면 현지 의료기관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해외여행 귀국 1주일 안에 황달, 소변 이상, 피부질환이 생긴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해봐야 한다”며 “현지에서 동물에게 물렸거나 저개발국가에서 3개월 넘게 지냈을 때도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시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